[인사이드 시민] 제14편 이종오 이사님을 소개합니다.

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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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시민'은 시민의 사람(人사이드)을 소개하는 의미와 시민 속으로(inside)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시민의 주축 중의 한 구성원인 이사진들을 한 분 한 분 소개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상기하고, 또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회원님들과 생각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열 네번째 인터뷰이는 이종오 이사(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총장)입니다. 지난 1월 말, 칼바람이 몹시 불던 강남의 회색 빌딩 사이에서 이종오 이사님을 만났습니다. 겨울의 시린 냉기에도 불구하고, 이종오 이사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마치 입춘이 곧 다가오는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인터뷰 중에 스며든 이종오 이사님의 열정 덕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각성의 계기가 되었던 20대 시절부터 험지를 거닐면서 길을 다져왔던 지난 시간들의 과정들, 그리고 앞으로 여전히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시는 모습 속에서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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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내 안의 '삶의 중심'에 대해 생각하다.


Q. 요즘 주로 어떻게 지내시나요? 관심있게 생각하시는 건 어떤건가요? 

요즘 아내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는데요. 일을 하면서 삶의 중심이 무엇인지 자주 생각하게 돼요. 아내를 만난 건 제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아내가 화가인데, 같이 인사동, 북촌, 평창동 갤러리도 함께 다니고 인문학 책을 좋아해서 책 이야기도 많이 나누기도 해요. 영화도 자주 보는데요, 주말이면 예술영화도 같이 보고,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좋아요. 여성 평균 수명이 저보다 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같이 살 날이 생각보다 많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먹는데, 마음처럼 늘 잘되지는 않죠. (하하) 그래도 계속 그런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Q. 그럼 최근에 인상 깊게 보신 영화나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최근에 〈콘클라베〉라는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내를 비롯해 딸, 사위와 함께 보고 감상 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영화라는 게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눌 때 의미가 커지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신문기자로 시작해서 영화 쪽 잡지기자도 좀 했어요. 백상예술대상과 같은 시상식에서 유명 배우들도 바로 옆에서 많이 보기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그랬죠. (하하) 영화 마케팅도 했어요. 영화 직배사의 온라인 홍보 대행도 했었고요. 


Q. 기자라는 이력을 다른 이사님들께서 들으시면 엄청 흥미로워 하실 것 같은데요? (하하) 처음 어떻게 기자가 되셨나요?

실은 제가 학생 때 사회문제에 정말 관심이 많았어요. 고향은 여수인데, 제가 광주에서 재수를 하면서 87년 박종철 열사 사건, 이한열 열사 사건, 그리고 87년 노동자 대투쟁, 대통령선거 등 엄청난 격동기를 보냈어요. 전두환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있다가 사회적으로 각성한 계기가 되었죠. 제가 다니던 학원이 광주경찰서 옆에 있어서 최루탄이 늘 난무했어요. 제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들이 무너져 내려버리는 이런 경험들을 했죠. 재수했던 그 시기가 제 인생에 있어서는 사회를 제대로 보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자 모멘텀이였어요. 제가 그 전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때는 수업시간에도 있는듯 없는듯 조용했던 학생이었는데, 대학에 들어가서 직접 학생회를 찾아갔어요. 그러면서 사회에 좀 더 눈을 뜨게 되는 기회가 되었어요.


Part 2. ESG와 사회책임투자, 그 길 위에서 "에움길"을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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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창립 때부터 함께 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어떤 계기로 합류하시게 됐나요?

제가 영화 쪽 일과 관련 홍보 일 등을 하면서 힘들더라고요. 뭔가 다른 일을 좀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차에 우리나라에 사회공헌 관련 잡지가 없는 것을 알고, CSR 분야를 다루는 잡지 출간 기획을 맡게 되었어요. 그전에는 필란트로피만 알다가 CSR이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되었고, 앞으로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겠다 싶더라고요. 기업이 여러 경제 권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에게 책임의 고삐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였고, 제가 생각하는 지향점과도 맞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 잡지를 만들면서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를 아주 꼼꼼히 분석해서 기사를 썼는데, 그 기사를 보고 어느 모임에서 한번 만났던 적이 있는 수녀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당시에 기업책임시민센터 등 시민사회, 기업, 금융기관, 지속가능금융 컨설팅 기관, 학계, 정부 인사들이 모여 사회책임투자포럼을 만드는 준비 논의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임에 초대를 해 주셨죠. 그 때가 2006년 11월이었는데, 그 자리가 면접장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이미 2005년부터 준비모임을 해 오고 있었지만, 실무자가 없던 상황이었어요. 제가 합류하면서 조직이 빠르게 만들어졌고, 2007년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계기가 되었죠. 제가 시민사회에 이렇게 발을 거칠 거라는 상상을 해 본 적은 없었거든요. 


Q. 당시 ESG나 사회책임투자는 지금보다 훨씬 생소했을 텐데요, 초기에 조직을 꾸려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하게 꽂힌 어떤 특별한 동기가 있으셨을까요?

제가 처음에는 팀장으로 들어갔어요. 정말 작은 조직이었죠. 아시다시피 올라운더 역할을 해야하잖아요. 그리고 2007년에 만들어졌지만, 2008년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매우 힘들었죠. 그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은 이렇게 성장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ESG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게 2004년 UN글로벌컴팩트보고서 'Who cares wins'예요. 한국에 생기기 전에 영국, 미국, 일본도 모두 SIF(Sustainable Investment Forum) 조직이 있어요. 한국에는 SIF 조직이 없으니 우리도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는 논의가 제기되면서 ESG라는 컨셉을 기반으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를 하기 시작하였어요. 굉장히 선도적이었던 거죠. 그러다보니 금융기관들을 만나서 설득하는게 정말 어려웠어요. 그 당시 금융기관으로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 '사회주의자세요?' 였어요. 왜냐하면 금융기관은 최대한의 수익률을 내는게 목표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사회책임투자는 수익률을 깎아먹는 형태로 본 거죠. 여러 어려움이 있었으나, 그런 '새로운 선도'의 가치가 저를 이렇게 참여하게 이끈 것 같아요. 


Q. 선도에는 늘 고난이 따를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남들은 어떻게 평가할 지 모르나 저는 나름대로 스스로를 '가치지향형 인간'이라고 평가해요. 그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고, 내가 인간으로서 어떤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해요. 그런 가치관들이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의 가치와 많이 맞닿아 있었던 것 같아요. 저를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으로 기억하는 제 후배는 제가 ESG 활동을 한다고 하니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많이 비유하는 이야기가 '불가사리' 이야기예요. 에이미 도이미가 지은 '사회책임투자' 책에 나오는 우화인데요, 어머니와 아이가 해변가를 거니는데 수많은 불가사리들이 파도에 휩쓸려 모래사장에 올라와 있는거예요. 아이가 불가사리 한 마리를 바닷가에 던지니 어머니는 소용이 없다고 해요. 하지만 아이는 적어도 내 손에 있는 불가사리는 살릴 수 있다고 말해요. 불가사리 한 마리를 살린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그 한 마리는 살아남잖아요. 이 우화를 보면서 '책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적어도 그 아이보다 더 큰 힘을 가진 금융과 기업이라면, 훨씬 더 많은 불가사리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관점을 바꾸고, 관행을 바꾸는 것이 중요해요.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안 보인다고 그냥 있는다면 사회변화가 일어날까? 죽어가는 불가사리를 그냥 바라만 보아야 할까? 그건 굉장히 무책임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사회책임투자, ESG라는 도구를 가지고 접근하는 거였죠. 저는 아무런 대안과 행동 없이 몽상만 하는 몽상가의 길이야말로 사회 진보를 가장 먼 길로 만들어 버린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지름길로 가고 싶어하지만, 사회책임투자, ESG는 '에움길'이예요. 지름길이 사실 굉장히 먼 길이었다는 것을 저는 나중에서야 오히려 깨달은 거죠. 사회가 그만큼 높고 벽이 두텁기 때문에 한꺼번에 바꾸기가 쉽지 않잖아요.  


Part 3. KOSIF(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사회적 역할 속에 생태계를 계속 만들어가길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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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서 말씀하신 내용에 비추어볼 때, KOSIF는 몽상가 역할이 아닌 실제적인 변화를 이끄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곳 같아요. KOSIF가 주로 하는 활동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ESG를 기반으로하는 금융기관 중심의 씽크탱크로 출발을 했어요. 기본 컨셉이 '금융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고 보는 거예요. 돈이 없으면 사실 모든 것이 멈추고, 자본시장은 더 그렇잖아요. 돈을 어떻게 흘러가게 만들 것이냐,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자본의 통로를 만들어야 사회 변화가 어느 정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저희가 주력하는 활동 중에는 글로벌 금융관련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있는데,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어요. CDP(Carbon Disclosure Project)는 전 세계 투자자가 주도하는 세계 유일의 독립적인 '환경정보플랫폼'이예요. 전세계 7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CDP를 통해 기후변화, 물, 산림자원, 생물다양성, 플라스틱 이슈와 관련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2025년에는 22,000여개가 넘는 기업이 CDP를 통해 환경정보를 공개하고 있어요. 관련 분야에 투자를 하고 싶은데 정보가 없으면 '묻지마 투자'가 되는 거잖아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관점에서 돈이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이니셔티브 개념이예요. 추가로 '탄소회계금융연합'인 PCAF(Partnership for Carbon Accounting Financials)가 있는데, 저희가 PCAF-코리아를 운영하고 있어요. 국내 금융기관의 금융배출량을 정확하게 산정하고 지속가능금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그리고,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한국파트너이기도 해요. 


Q. 글로벌 관련 이니셔티브를 많이 갖고 계시네요. 20여 년 간 활동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자료 조사를 하다보니, 아직 법안이 제정되지는 않았지만 ESG기본법 제정을 위한 역할도 많이 해 오셨더라고요.

제가 법제도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예전에 어떤 기업들을 보면 CSR을 잘 해 오다가 CEO가 바뀌면서 기업의 기조가 확 바뀌는 모습들을 보았어요. 또, 직원들을 무자비하게 해고하는 기업의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법제도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금융기관 쪽의 베이스가 강하다 보니 금융과 ESG를 연관지어 고민을 하다가, 세계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2013년에 얼마 전 돌아가신 당시 이목희 국회의원과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놓았어요. 국민연금이 ESG를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들고,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기뻤어요.

그리고 두 번 째는 제가 기후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탈석탄금융'을 주류화시킨 점이예요. 2018년 10월 이전에는 우리나라 금융기관 중 탈석탄을 선언한 금융기관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다가 2018년 10월 사학연금, 공무원 연금을 최초로 탈석탄 선언을 시켰어요. 그때 기사가 많이 나왔어요. 석탄은 사실 기후변화의 최대 적이거든요. 온실가스를 최대로 배출하는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이걸 줄이는 것이 사실 기후변화를 늦추는 방식이 되거든요. 금융기관이 그런 곳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조금 줄어 들 수 있잖아요. 석탄이 아닌 다른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게 한다든가 해서 에너지 전환을 하도록 했어요. 그러다가 2019년에 민간보험사도 더 추가시켰어요. 이후 은행으로 확대했어요. 시금고가 보통 있잖아요. 이 시금고를 '탈석탄금고'라는 정책으로 고안했어요. 시금고를 선정할 때 평가지표가 있을 텐데, 이 지표에 탈석탄선언 여부, 재생에너지 투자 비중 등을 지표로 넣으면 어떨까 했던 거죠. 그래서 당시에 여러 환경운동단체들과 연대하여 같이 진행을 했어요. 그래서 공동 기자회견도 하고, 칼럼도 내고, 전국 지자체에 공문도 보내고 했어요. 문재인 정부 때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금융 선언'을 내기도 했어요. 


Q. 그동안 많은 변화를 만들어 오셨는데, 앞으로 KOSIF에서 좀 더 해 보고 싶은 과제는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아요. (하하) 제가 '넛지' 방식을 좋아하는데요. 대부분 돈이 들어간다고 하면 안 하려고 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돈이 안 들어가게 하면서도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많이 했는데요, 예전에는 그런 열정들이 많아서 아까 말씀드린 사례와 같은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하) 제가 앞으로 KOSIF에서 얼마나 활동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ESG 기본법을 만드는 것과 같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예요. 그게 최후의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생태계를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그림이 필요하거든요. 그 그림 안에는 생태계를 움직이는 기본 플레이어들이 있잖아요. 기업, 금융기관, 소비자, 투자자, 정부, 평가기관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물망을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 그물망을 파악하게 되면 어떤 법제도 정책이 중요한지를 알 수 있거든요. 도넛경제학에도 '그림의 힘'의 중요성이 언급되는데, 그 그림의 힘이 중요한 것 같아요.


Part 4. 사단법인 시민과의 인연과 기대, 그 처음을 돌아보다.


Q. KOSIF가 제도개선 등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과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이 맥락적으로 (사)시민과도 유사점이 있어 보여요. 시민사회 안에서 생태계를 만들고, 기반을 만들고,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면도 그렇고요. (사)시민은 처음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사)시민 임정근 이사장님과 한국환경공단 ESG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알게 되었는데요, 임정근 이사장님이 한국환경공단 ESG공동위원장을 맡고 계셨고, 저는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어요. 서로 시민사회라는 공통 분모 속에 코드라는게 통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2024년 11월, (사)시민이 처음 후원행사를 했던 그 때, 임정근 이사장님의 제안으로 후원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후원행사는 참여를 못했어요. 그러다가 2025년 1월에 임정근 이사장님으로부터 (사)시민 이사 제안을 받게 되었어요. 그전에 저희도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행사도 몇 번 했던터라 센터는 익히 알고 있었어요. 그 센터를 위탁운영하던 곳이 (사)시민인지는 당시에 몰랐던 거죠.


Q. 이사로 참여하시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으셨을까요?

임정근 이사장님으로부터 서울시 정책환경의 변화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어요. 저희 사업을 할 때도 거버넌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서울시와의 그런 상황들이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이사직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수락을 했어요. 저는 '시민'이라는 말을 정말 좋아해요. 우리가 불가피하게 국민이라는 말을 쓰지만 국민이 국가의 부속물처럼 여겨지는 느낌이 좀 있잖아요. 대중이라는 말도 좀 주체성이 없어 보이고요. 그런데 시민은 좀 더 주체로서 깨어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또 미션이었어요. 우리 사회의 공익활동이 좀 미약하잖아요. 공익활동이 기업위주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고요. 이 공익이라는 말이 굉장히 광범위한 개념인데,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적어도 '공동체에 부합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은 공익'이라고 생각해요.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플랫폼'을 통해 '공익활동이 활발한 사회'로 나아가려는 하는 바에 공감이 되었어요.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해 정책플랫폼 외에도 연결, 협력의 역할이 중요한 거 같아요. 시민사회 혼자 할 수 없는 거고 다 연결이 되어 있는 거니까요. 부분 운동에 집중되어 있던 것들을 연결해서 뭔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사)시민이 핵심가치로 네트워크, 협력, 자립 등의 가치를 내세운 점이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재정자립은 대부분의 단체들이 사실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이걸 중요한 핵심 가치로 내세운 것에도 많이 공감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나름의 리소스나 아이디어를 통해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노력해보려고 함께 하게 되었어요.


Q. 지난 1년간 시민을 지켜보며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소수의 인력으로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첫 번째 인상이었어요. 왜냐하면 자료를 보면 우리는 다 알거든요. 대단한 열정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동시에 안쓰럽다는 양가 감정이 동시에 들었어요. 예전에 KOSIF가 걸어왔던 길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저희도 초반에는 실무자 3~4명이 운영해 오면서 엄청난 금융위기라는 파고를 거쳐 지금은 스물 몇 명의 연구원들과 사회적 스피커로서의 영향력을 키워왔거든요. (사)시민도 현재 그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부에서의 의지와 그 의지에 같이 불을 붙여서 재정을 투여하는 외부의 사람들이 같이 힘을 모아내지 않으면 어려운 거잖아요. 그래서 (사)시민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좀 해보자는 마음으로 후원자들도 좀 모아보고 하려 했는데, 쉽지는 않더라고요.


Q. 이사로서 함께 하신 지 얼마 안 되셨음에도 회원 추천, 후원을 위해 애써 주시는 그 마음이 너무 느껴졌어요. 이사회에서도 계속 고민하시는 의견들인데 (사)시민이 생활의제를 다루는 단체와는 달라서 설명하기 어렵다는 고민들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셨나요?

설명하기가 사실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해요. 아까 제가 '그림의 힘'을 강조한 것 처럼,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그림을 그려내는 게 필요해요. 도넛경제학처럼, 그 그림 속에서 (사)시민이 시민사회의 생태계의 그림 속에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사)시민이 없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 등 존재의 이유를 보여주는 그림이 필요해요. 가령, 시민사회의 건강을 챙기는 의사 같은 역할이어서 반드시 필요한 조직임을 설명하는 그림과 구조가 필요한 거죠.


Part 5. 항심과 기심 사이에서 균형을 갖는 우리가 되어간다는 것


Q. 아직 그런 그림을 그려내지 못하지만, 일단 차별적인 포지셔닝을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플랫폼'으로 설정했어요. 물론 정책플랫폼이 좀 더 확장된 형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사님들과 같이 방향성을 논의하는 워크숍을 통해 그림을 그려나가 보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이사님께서 정책적 상상력이 풍부하신 것 같아요. (사)시민을 위해 인사이트를 주실 만한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이렇게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전통적 투자와 필란트로피는 각각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연결하는 지점이 임팩트 투자이거든요.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영향 창출을 전제로 하되 일정 수준의 재무적 수익도 추구하는 투자 방식이예요. 가령 (사)시민은 시민사회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사회적 성과를 내는 단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임팩트 투자자와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이를 통해 신뢰성 검증, 매칭 정보 제공 기능을 수행하고, 새로운 기금 조성 및 재원 확보 모델을 마련해 볼 수도 있을 테고요. 제가 아직 (사)시민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지만, 저의 기존 경험을 대비하여 이런 생각이 드네요. (하하)

강한 시민사회에서 강한 공동체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회의 회복력은 없어요. 정치나 기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공론화하고 방향을 제시할 주체가 없다면 공동체는 유지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시민사회를 키우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그럴려면 시민사회에 대한 통계 등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수적이예요. 그런 데이터베이스를 기준으로 건강한 시민사회를 구축해 나가고, 시민사회 내부와 기업 간 연결을 촉진할 수 있어요. 기업들이 시민사회단체와 컬렉티브 액션을 위해 어떤 시민사회단체하고 함께 하면 좋을지에 대한 평판 고민 등이 있거든요. 장기과제로서 (사)시민이 그런 역할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Q. 그런 전환을 위해 (사)시민답게 해야 하는 활동이나 좀 더 넘어서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시민단체와 시민단체를 연결해주는 역할, 시민단체의 건강성을 위해 계속 옆에서 챙겨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립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죠. 그리고 좀 더 확장된 연결이 필요할 것 같고요. 기업을 단순한 이윤 조직으로만 규정짓기 보다 '기업시민'으로 용어의 확장이 필요해요. 시민의 개념을 기업까지 확장해 책임과 의무를 요구해야 하는 거죠. 긴장은 유지하되 전략적 협력도 병행해야 하는 거죠. 기업이 직접 시민단체를 지원할 수도 있지만, 우리를 통해 좀 더 많은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참여를 유도해야 해요. 기업과의 협력은 여러 스펙트럼이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시민단체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협력적 관계와 긴장 관계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이 필요하죠. 원론적인 말이긴 하죠. 기본적으로는 자립을 해야 하는 게 중요하고요. 맹자가 '무항산 무항심'이라는 말을 했어요. 항산은 항상 산출, 생산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생산하는 것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는 거죠. 그리고 기심이라고, 기회를 노리는 마음이 있어요. 항심과 기심은 항상 인간의 마음 속에, 조직 속에 다 같이 갖고 있어요. 문제는 무엇을 토대로 하는 것이냐의 문제이죠. 저는 항심만 잃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기심이라는 것도 기본토대에서의 기심이니까요. 저는 ESG와 CSR 관점에서 생각을 해봤어요. 그럼 항심만 가득한 사회는 어쩌면 유토피아 사회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세상이 과연 항심 만으로 돌아가는가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항심을 가지려면 실제 생산을 해야 해요. 돈이 계속 들어와야 하는데요, 그래서 안정적인 자본이 중요하기도 하죠.


Q. 마지막으로, 이사님께 ‘사단법인 시민’이란?

"그물망을 짜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네트워크, 생태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물을 짜지 않으면 더 큰 사회를 만들 수 없잖아요. 그 그물을 짜려면 우리 그물도 탄탄해야 하죠.


인터뷰를 하면서 KOSIF와 사단법인 시민이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도 한편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종오 이사님의 그간의 경험과 연륜들이 앞으로 사단법인 시민의 미래를 그려내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물망을 짜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함께 이종오 이사님과 더 선명한 "그림"을 만들어갈 수 있길 고대합니다. 그 여정 속에 이종오 이사님의 '삶의 중심'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잘 채워가실 수 있길 응원합니다. ❤  

📢 인터뷰어 : 사무처 김유리, 김승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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