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칼럼] 민간위탁, 이제는 민간과 함께 설계할 때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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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위탁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행정기관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일부를 법인·단체 또는 개인 등 민간주체에게 맡겨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

그동안 민간위탁은 행정 비대화를 막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되어 왔다. 민간위탁은 실제로 복지·문화·환경·시설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작 민간위탁을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일반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이 서로 다른 법적 근거로 운영되며, 수탁기관 선정부터 재계약, 관리·감독, 성과평가까지 주요 절차가 개별 법령과 자치법규에 파편화되어 있다. 그 결과 민간위탁 제도 운영에 있어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힘든 실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민간위탁에 관한 공통의 법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발의된 법안은 행정능률 향상과 사무운영의 적정성 및 책임성 확보를 명분으로 관리∙통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실제 위탁사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방자치사무가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한계도 명확하다.


이제는 민간위탁의 도입 취지와 오늘날의 역할을 다시 돌아보고, 행정과 민간이 공공서비스를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를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사단법인 시민은 국회시민정치포럼 용역을 통해 「민간위탁제도 쟁점 분석 및 법제 개선방안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에서는 민간위탁의 목적에 공공성과 책임성뿐 아니라 민간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체적 비전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신 수행하는 수탁자’에서 ‘동등한 파트너’로

지난 6월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는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었다. 민간위탁 수행기관을 행정사무의 단순한 대행자나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공공의 목표를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동등한 파트너로 바라봐 달라는 요구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법과 제도 역시 달라져야 한다. 우선 행정과 민간의 관계를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구조로만 설정해서는 안 된다. 연구에서는 위탁계약 체결 전에 사업계획, 예산, 성과목표 등을 수탁기관과 사전에 협의하고, 계약기간 중 예산 변동 등 계약 내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발생한 경우에도 양자가 상호 조정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수탁기관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계약 전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협치형 민간위탁 인정과 성과평가 방식의 전환

민간위탁의 다양한 특성을 법제에서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민간위탁이 동일한 목적과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다양한 민간주체를 지원하거나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협치형 민간위탁’은 일반적인 서비스 위탁과 그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협치형 민간위탁의 개념과 특성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그 특성에 맞는 운영 및 평가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협치형 민간위탁에서는 단순히 정해진 서비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공했는지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시민사회와의 협력,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 이용자와의 관계 형성 등 사무의 목적과 특성에 따른 다양한 가치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과평가 역시 정량적인 지표 중심의 일률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위탁사무의 목적과 특성을 반영하는 법률상 원칙을 세우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평가기준을 위탁기관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탁기관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공공서비스의 안정적인 제공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보호 역시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민간위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품질뿐 아니라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안정적인 노동환경 역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넘어 누구와 함께 설계할 것인가

결국 민간위탁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은 민간을 더 촘촘하게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협치형 민간위탁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은 정책의 단순한 집행자에 머물지 않는다. 시민사회는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안하며, 지역사회와 다양한 주체를 연결해 온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원을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대로 활용하려면 시민사회를 단순한 수탁자가 아니라 정책을 함께 설계하고 실행하는 협력파트너로 바라보는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공공의 책임과 결합할 때 민간위탁은 단순히 행정의 일을 대신 수행하는 제도를 넘어,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함께 만들어가는 제도로 발전할 수 있다.


민간위탁을 위한 좋은 제도는 민간을 더 잘 관리하는 제도가 아니라, 공공의 책임을 지키면서 민간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공공의 가치로 이어지도록 하는 제도일 것이다. 이제 민간위탁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위해, 누구와 함께 설계할 것인가’를 질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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