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칼럼] 공익활동가들을 위한 사회적 인정이 필요한 이유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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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가들을 위한 사회적 인정이 필요한 이유

: 우리의 인정투쟁은 사회를 향한 지독한 사랑인가


“왜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인정을 논하는가”

시민사회 및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화두가 있다. 바로 ‘공익활동(가)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다. 시민사회는 정부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한 사회문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사회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인정과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충분하지 못하다. 

새로운 정부와 지방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민생경제 이슈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감은 하지만 정치적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늘 후순위로 밀려나는 현실을 반복해서 마주해 왔다. 

‘공익활동(가)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요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사회적 인정’이란 무엇인가. 그 정확한 실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행여 우리 만의 언어로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때로는 언어적 검열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는 독일의 철학자 악셀 호네트가 말한 ‘인정투쟁’에서 그 막연함이 조금은 해소되는 듯하다. 그는 ‘모든 사회적 투쟁은 인정을 둘러싼 투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관계 속에서 온전히 자신의 정체성과 존엄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그는 인정은 사랑, 권리, 연대 세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으며, 어느 하나라도 인정이 결핍될 때 사람들은 자신들의 존재와 사회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인정투쟁에 나선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민사회의 활동 역시 인정투쟁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민사회는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시민사회와 공익활동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그에 걸맞은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나아가 시민사회를 단순히 국가의 지원 대상이 아닌 공공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정책파트너로 인정하고, 공익활동가의 현장실천을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공적 활동으로 존중해 달라는 요청이기도 하다.

 

공익활동가들의 인정투쟁은 자신들을 위한 권익투쟁이 아니다. 시민사회에 대한 특혜나 일방적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공익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그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지역사회와 다양한 현장에서 우직하게 그리고 묵묵히 “활동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이들이 그러한 활동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을 함께 만들자는 요청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사회의 인정투쟁은 ‘사회를 향한 지독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세상의 변화에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

사회를 향한 지독한 사랑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들이 바로 공익활동가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수많은 사회적 변화의 그 뒤에는 언제나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시민사회가 만들어낸 성과는 사회적 자산으로 쌓이고 이어지지만, 그 성과를 가능하게 만든 공익활동가들, 바로 ‘변화를 만들어 낸 사람들’의 노동과 전문성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그저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만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시민사회 지원조직과 연대체들이 공익활동가들의 활동 가치와 사회적 성과를 널리 알리고 이들을 지지, 응원하는 사회적, 제도적 인정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캠페인이 ‘공익활동가주간’이다. 

매년 7월 첫째주를 ‘공익활동가주간’으로 지정하여 올해 3년째 이어오고 있다. 기부주간, 사회연대경제주간, 자원봉사주간 등 다양한 주간들이 정책으로 반영되어 풍성하게 운영되고 있다. 공익활동가주간은 정부가 만든 기념주간과는 다르다. 시민사회 스스로 자원을 모으고 서로 품을 보태어 만들어 온 시민사회 공공재이기도 하다. 

자원의 규모 면에서도 정부주간 캠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그지 없다. 공익활동가주간은 ‘공익활동가의 지역, 영역, 세대를 잇는 사회적 지지와 연대의 플랫폼’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공익활동가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인정문화를 만든다’라는 미션 아래, 중장기적으로 사회변화를 만들어가는 공익활동가의 가치를 알리고, 공익활동가의 자긍심을 높이며, 공익활동가의 활동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정책 기반을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상의 변화에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 이 슬로건은 단순한 응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온 공익활동가들의 역할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그 가치에 공감하는 문화와 제도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선언이기도 하다. 

올해는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활동가들을 위한 응원밥상,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논하는 지역별 공론장, 활동가들의 활동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와의 공동 심포지엄, 활동가들의 변화를 만드는 이야기를 담은 활동가 인터뷰 등이 열렸다. 

지역을 넘어, 영역을 넘어, 세대를 넘어 함께 활동가, 바로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를 통해 우리가 여전히 연대하고,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를 환기하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사회적 인정이 제도적 인정으로 이어지기 까지”

공익활동가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단순히 격려하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결국 제도적 인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공익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정책 환경과 안정적인 운영 기반, 그리고 시민사회를 공공 문제 해결의 협력 파트너이자 주요한 주체로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시민사회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며, 공익활동가는 그 기반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는 여전히 사람보다는 사업,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번 공익활동가주간 심포지엄 주제이기도 한 민간위탁과 보조금 제도는 여전히 사람보다 사업, 과정보다 성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는 사회적으로 낮은 처우와 과도한 행정 부담, 활동가들의 번아웃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공익활동가주간 공론장에서 발표한 ‘공익활동가 번아웃 경험과 업무환경 조사’ 결과에 의하면, 활동가의 평균 소진 점수가 3.09점(5점 기준)으로 나타났다. 

전국 478명이 응답한 이번 조사에서 활동가들은 소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활동 자원과 안정성 부족’을 꼽았다. 이는 번아웃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확장된 관점에서 조직, 사회, 생태계 문제로 바라봐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간 마지막 날에는 ‘공익활동가의 오늘을 말하다: 삶, 제도, 연대’라는 주제로 지역별 공론장 내용을 같이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지역별 공론장은 지역도, 대상도, 분야도 달랐지만, 하나의 목소리로 수렴되는 내용은 바로 지속가능한 활동기반에 대한 요구였다.

 

공익활동가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사회는 활동가 개인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시민사회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높이고, 나아가 더 많은 참여를 이끌며, 민주주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 

국민주권정부 출범 1년, 민선 9기가 시작된 지금,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관성을 뚫고, 새로운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의 인정투쟁은 특정 직업군을 위한 인정 요구가 아니다.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도 우리는 말한다. “세상의 변화에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

공익활동가들의 사회를 향한 지독한 사랑이 지리멸렬한 사랑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더 이상 헌신으로 버티는 사랑이 되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만들어가는 공적 가치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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