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칼럼] 직업훈련지원체계에서 '배제된' 비영리

202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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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란 아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총괄기획

사단법인 시민 정책위원


2023년 처음으로 실업급여 수급자가 되었다. 그간 임금명세서의 고용보험료를 보면서 '이것은 언제쯤 나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 하곤 했다.

실업급여 수급자에게 매주 재취업활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구직 외 활동으로 취업특강을 수강하면 재취업활동 일부를 갈음할 수 있다. 비영리 영역에서 일하다 다시 비영리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닐 텐데,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찾기는 어려웠다. 결국 조직문화 관련 특강을 들었고, 영리와 비영리 조직문화의 차이를 확인한 것이 약간의 성과였다.


비영리 영역 종사자들도 고용보험을 납부하고 있다. 비영리 영역의 4대 보험 납부율이 영리 영역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익활동가의 지속가능한 삶과 활동을 위한 지원방안 수요조사」에 따르면, 공익활동가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일반 근로자보다 높게 나타난다.¹  그런데 왜 비영리 영역은 고용보험을 재원으로 운영되는 직업훈련체계에서 빠져 있을까? 이는  현재 한국의 고용 정책이 '매출'과 '시장 기반의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 정부의 고용 안정 지원 정책에서 비영리가 배제된 이유를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이랬다. "비영리는 수익(매출)을 창출하지 않아 피해 산정이 불가능하다." 

그 시기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이주노동자를 위해 마스크를 만들고 배분하면서도, 기부·후원 감소로 내부적으로는 활동가 수와 근로 시간을 줄이는 위기를 동시에 버텨야 했다. 사회적 위기 대응 활동은 늘었지만, 정작 활동가와 조직은 더 취약해지고 있었다.


이미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이 비영리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 재해·재난 현장부터 돌봄, 복지, 환경, 인권, 지역공동체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시장이 외면하거나 발견하지 못한 사각지대를 비영리 영역이 감당해 왔다. 국가가 이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 했다면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경제적 기여가 없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가 커지는 지금, 기후위기·돌봄·사회적 고립처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사회문제 해결 영역에서 비영리 활동은 오히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는 이미 축적된 데이터 위에서 작동하며, 그 데이터는 더 많은 권력과 발언권을 가진 이들의 경험에 기반한다. 공동체의 건강한 성장과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만드는 일은 결국 사람, 그리고 비영리 노동이 해왔던 영역이다.

『경기도 비영리 일자리 활성화 정책연구』 비영리 일자리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수익배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영리조직에서 일정한 보상을 받고 수행하는 유급 노동을 의미. 이는 자원봉사나 임시 활동과 구별되며, 사회문제 해결, 공동체 지원, 시민 권익 보장 등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한 직업 활동

주목할 점은 비영리 노동이 ‘자원봉사와 임시 활동’과 구별되며, 직업 활동이라는 점이다. 비영리 종사자들의 직무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조직 운영, 공익 캠페인, 시민 참여 설계, 모금, 공공 커뮤니케이션, 갈등 조정, 데이터 분석, 정책 제안, 임팩트 관리 등은 체계적인 학습 과정을 겪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기에 비영리 종사자의 직업훈련체계의 교육 목표는 영리와 달라야 한다.


영리기업의 경영정책에 사회적 가치 추구가 반영되고 사회문제 해결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기업이 많아지며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영리는 수익 창출, 비영리는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점에서 궁극적인 목적이 분명하게 다르며 이익의 배분 및 예산 구조, 사회를 향한 메시지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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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직업훈련체계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에 해당하는 직무 훈련은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 NCS는 제조업·IT·서비스업 등 영리 산업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비영리 활동에 필요한 역량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비영리에 특화된 NCS 개발이 필요하다. 조직 설립·운영, 비영리 회계, 모금 전략, 사회적 메시지 설계, 성과 관리, AI를 포함한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이 그 내용이 될 수 있다. 아울러 50+ 세대·은퇴 예정자·경력단절 여성·청년 등 비영리 일자리 진입 희망자를 위한 입문 교육 과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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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영역의 직업훈련체계를 설계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비영리 노동을 직업 노동으로 인정하고 그 사회적 가치를 제도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비영리조직이 경제적 기여를 하느냐는 오래된 질문 대신, 비영리 종사자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과 직업훈련 지원 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때다.


고용노동정책의 오랜 공백이었던 비영리 영역을 채울 방법은 분명히 있다. 비영리에 특화된 NCS를 구축하고, 전문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비영리 채용 플랫폼을 통해 활동가와 조직을 연결하고, 고용 안정을 위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비영리 노동에 대한 존중과 정책 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각주

¹ 2019년 서울시NPO지원센터 참여예산 프로그램으로 지원한 연구로, 연구 수행기관은 공익활동가사회 적협동조합 동행임. 위 내용은 연구보고서의 p47~p48페이지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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