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칼럼] 시민참여기본법과 국가시민참여위원회 :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활성화의 정책적·제도적 도전

2026-03-06
조회수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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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홍 번
사단법인 시민 정책위원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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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새로운 과제

작년 9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된 시민참여기본법 제정과 국가시민참여위원회 설립이 본격화되고 있다. 법안은 작년 말 이해식 의원 등 29인의 발의로 국회에 제출되었고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행정안전부 역시 추진 부서를 신설하고 올해 5대 핵심 입법과제 중 하나로 시민참여기본법을 추진 중이다. 시민사회에서도 114개 단체와 네트워크가 참여한 ‘국가시민참여위원회 설립 시민사회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입법 논의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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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시민참여위원회 설립을 위한 시민사회추진위원회 발족(25.12.17)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오랫동안 시민사회관련 법 제정을 추진해 온 입장에서 보면 현재 제정 여건은 비교적 우호적이며 기대도 적지 않다. 이 법과 기구의 설립이 현실화된다면 한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활성화에 획기적으로 큰 변화와 전환이 기대된다. 

이 법이 제기된 배경에는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적 보장 필요성이 있다. 12.3 내란 극복 과정은 민주주의의 보전과 확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광장’의 민주주의를 넘어 ‘일상’의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시민참여 제도를 구조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시민참여기본법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의제를 넘어 시민이 정책 결정과 사회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되돌릴 수 없는 민주주의’를 만들자는 취지다.

또 다른 배경은 시민사회 활성화 정책의 역사적 흐름이다. 87년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정, 시민사회위원회 설치, 시민사회 활성화 대통령령 제정 등 여러 제도적 성과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시기 시민사회 관련 제도가 크게 위축되면서 시민사회 제도의 법적 기반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시민사회 정책 과제로 이어졌고, 시민참여기본법과 국가시민참여위원회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제도적 과제라 할 수 있다.


# 시민참여기본법이 그리는 제도적 구상

시민참여기본법은 시민참여를 보장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종합적 추진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법안은 시민정책참여, 숙의·공론화, 민주시민교육, 시민사회 활성화 등 시민참여의 주요 영역을 규정하여 시민의 권리로 명시했으며, ‘시민’의 정의를 최초로 규정했다. 또한 정부가 5년 단위 시민참여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매년 시행계획을 추진하도록 하는 등 시민참여 정책을 상시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법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국가시민참여위원회 설치다. 법안은 이를 행정안전부 소속 차관급 행정위원회로 설치하고 위원회가 시민참여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도록 설계했다. 동시에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지역 차원에서도 시·도 시민참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여 지역 민주주의 기반을 강화하도록 했다. 이는 시민참여 정책이 중앙정부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수준에서도 제도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려는 설계다. 다만 지역 시민참여지원센터는 임의조항으로 규정해 다른 영역별 지원센터와의 충돌과 혼선을 막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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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시민참여위원회 주요 기능(안) @(가칭)국가시민참여위원회 설립에 관한 국회-시민사회 토론회 자료집 52p


# 시민참여기본법을 둘러싼 쟁점

시민참여기본법이 공론화되면서 몇 가지 쟁점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시민참여의 4대 기능을 하나의 법에 포괄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문제다. 시민정책참여와 숙의·공론화는 참여 ‘절차’에 해당하고, 민주시민교육과 시민사회 활성화는 참여 ‘기반’에 해당한다. 성격이 다른 영역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민참여 절차가 마련되더라도 시민의 역량과 시민사회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절차와 기반을 함께 설계한 통합 법률이라는 점이 시민참여기본법의 특징이라 할 수 있으며, 타당성이 지적될 사항은 아니다.

둘째는 국가 기구 설립에 대한 우려다. 국가시민참여위원회와 같은 행정기구가 시민사회를 제도적으로 포획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 사례를 보면 두 기구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무용론에도 불구하고 인권 보호와 청렴성 강화에 일정한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시민참여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라면 이를 담당할 국가 차원의 제도적 장치를 두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영국·호주·스웨덴 등에서도 유사한 기구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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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사회통합을 위한 시민참여기본법 제정 토론회(26.1.19)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 지역 시민참여위원회에 대한 우려, 지역혁신기구로서의 가능성

세 번째로 제기되는 우려는 지역 시민참여위원회의 역할과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다. 지역 시민참여위원회 역시 새로운 시도다. 합의제 행정위원회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지역 시민사회에는 다소 낯선 구조일 수 있고, 실제로 목적한 바대로 구성되고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주어진 기회와 가능성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시민참여위원회가 지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변화·혁신을 만들어 갈 중요한 기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참고할 수 있는 사례다. 시민공론장, 민주시민교육, 시민사회 협력 등 시민참여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치된 합의제 행정기구로 시민참여기본법이 제시하는 주요 기능과도 상당 부분 유사하다. 서울시 사례에 대한 평가 논란도 있지만, 시민참여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합의제 행정기관을 도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경험을 참고한다면 지역 시민참여위원회 역시 지역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혁신을 이끄는 기구로 발전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시도는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활성화, 행정 변화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시민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이 법의 성패는 결국 시민사회의 협력에 달려 있다. 시민참여기본법은 시민정책참여, 민주시민교육,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공익활동 등 다양한 영역이 함께 참여해야 작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시민사회는 정책 대응에서 주창형, 민주시민교육, 마을, 사회적경제, 공익활동 등 영역별로 분화된 채 성장해 왔다. 영역 간 상시적이고 긴밀한 협력 구조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민참여기본법과 지역 시민참여 제도는 이러한 분절 구조를 넘어서는 새로운 협력을 요구한다.

영역 간 전략적 연대 없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는 어렵다. 시민사회 스스로 영역 간 대화와 합의 구조를 만들고 숙의와 협력의 방식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과정이 시민사회의 연대를 재구성하고 지역 시민사회를 새롭게 조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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