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시민] #제2편 _ 박창신 이사
올해 초 (사)시민 제6기 임원이 새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해는 조직 재구조화를 위한 전환기라는 중차대한 시기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상기하면서 또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새롭게 함께 하시게 된 이사님들은 (사)시민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시는지 회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인사이드 시민'은 시민의 사람(人사이드)을 소개하는 의미와 시민 속으로(inside)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
두번째 인터뷰이는 박창신 이사(법무법인 강남 변호사)입니다. 작년에 '시민' 운영위원장을 맡으시면서 조직이 처한 여러 현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몸소 부딪혔던 분이기도 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줄곧 '우리 시민'이라고 말씀하시는 모습 속에서 '다시 시민'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덧붙이면 박창신 이사님은 사무처 활동가들이 인터뷰 정리하는데 에너지 투여를 많이 할 까봐 인터뷰 예상 질문지에 꼼꼼하게 서면 인터뷰 수준으로 작성해서 준비해주셨어요. 덕분에 좀 더 명료하게 이사님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저희가 인터뷰 때, 모든 이사님들께 드리는 공통질문인데요. 다소 식상한 질문이겠지만, 😅 시민과의 첫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21년 사단법인 시민(이하 ‘시민’)의 정기총회를 앞두고 있던 시점, (사)환경정의에서 뵙고 활동했었던 김소연 박사님이 당시 '시민'의 운영위원이셨는데, '시민'에서 이사 역할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주셨어요. 그때 처음 '시민'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사로 함께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요?
솔직히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시민단체 역할에 대하여 잘 알지 못 했어요. 저에게 제안을 해 주셨던 김소연 박사님과는 환경정의에서 같이 활동했었는데, 박사님께서 좋은 분들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좋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말씀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해보자는 막연한 생각으로 함께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시민'을 알게 되면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되고,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만, 2021년으로 돌아가서 김소연 박사님의 말씀을 듣게 된다면 제가 감히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을겁니다.
'시민'의 활동 중,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활동이나 관심있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제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민사회활성화네트워크를 통하여 '시민'이 역할을 해 오고 있는 시민사회3법**(※ 참조. 시민사회활성화기본법 제정, 민주시민교육기본법 제정, 기부금품법 개정 / ** 2017년부터 시민사회 각 영역의 네트워크가 모여서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역할을 위한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운영 중입니다. 2021년 가장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우선순위 법안들을 모아서 공동입법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3법' 입법추진 활동들을 전개하였으나, 21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등의 법/제도개선 활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조율할 수 없는 부분에서 “법”이라는 사회적 도구는 존재의 의미가 있고, 일단 제정․개정 등의 절차를 통하여 만들어진 “법”은 사회의 움직임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하기에 금번 22대 국회가 개회한 시점에서 더욱 구체적인 활동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대, 배려, 통합을 가치로 한 네트워크 중요"
'시민'에서 특별히 함께 하시고 싶으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추상적입니다만, 정부․시장과 구별되는 시민사회의 자생력이 확보되기 위해서 '시민'이 어떠한 역할을 하여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곧 공표될 '시민'의 3기 비전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자립'인데, ▲ 시민사회의 구성원인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 시민들로부터 자발적인 후원을 받아 운영을 할 수 있으며, ▲ 자립을 통하여 정부 또는 시장(기업)에 대한 목소리를 거리낌 없이 낼 수 있고 정부 또는 시장(기업)이 우리 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부터 시작하여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세대별, 성별, 지역별 등으로 구별되어 각각 자신의 입장 만을 고수하게 되는 상황이 아쉽습니다. 지역에서 나고 자라 1980~90년대의 시위 현장을 목격하였고, 집안에 설치된 유선전화, 동전 공중전화부터 삐삐, PCS를 거쳐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기술의 변화와 1인당 GDP 1,000달러가 되지 못 하던 시절부터 35,000달러가 된 현재까지의 경제적 변화를 겪어왔던 저로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었던 '연대', '배려', '통합'이 '각자도생'으로 바뀌어 나가는 현재가 안타깝습니다. 어떤 가치가 시민들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지 고민되는 지점에서 네트워크 사업을 통한 가치의 확산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활발한 네트워크 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으로서, 앞서 말씀드린 시민사회3법과 같은 법/제도적 토대를 형성하는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다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시민단체의 필요성은 더 커져야... "
작년에 '시민'이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지난 10년 활동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요. 운영위원장으로서 이 과정에 참여하시면서 어떤 마음이셨을까요? 누구보다 작년 한해, 전임 임원님들과 비전 워크숍을 함께 하면서 '시민'을 가장 깊숙하게 들여다 본 분이셨을텐데요.
우리 '시민'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서 '시민'의 다양한 역할들이 있었기에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현재의 시민사회가 유지될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는 시민들로부터 일정한 권한을 위임받아 시민들을 위하여 복무하여야 하는 집단입니다. 태생적으로 시민들은 주권자로서 대리인인 정부가 시민을 위하여 복무하고 있는지를 감시하여야 합니다. 개인으로서의 시민들이 정부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정한 여유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신자유주의의 결과로서 각자가 자신에게 부여한 의무감(이를 테면, 잘못되는 것은 모두 내 책임이다)에 전반적으로 '피로사회'가 되다보니 더욱더 시민들을 대신하여 정부를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역할은 커져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GDP로 대변되는 우리 경제의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삶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기에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주체로서의 기존의 정형화된 시민단체를 벗어난 다양한 목표를 가진 시민단체가 구성되는 등 시민사회의 구조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시민들이 피로감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시민단체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다양한 경로의 의사표시 및 조직구성(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 예를 들면, SNS) 및 의사 수용체의 다양화(예를 들면, 국민신문고, 의원실에 대한 직접 민원 등)를 통하여 시민들이 자신의 욕구를 직접 표시할 수 있다보니 기존의 시민단체라는 단위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기업과 정부가 일정 부분 시민들의 직접적인 의사표시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굳이 시민단체를 통한 의사표시가 필요한지에 관하여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바와 같이 시민단체의 역할은 축소되고 궁극적으로 불필요한 것인지 자문해보면, 오히려 일관적이고 정교한 의사표시의 필요성, 긴 호흡을 가지고 정부나 기업이 제대로 시민들의 의사를 수용한 정책을 시행하는지 여부에 관한 감시, 정부가 대리인으로서 가질 수 밖에 없는 내재적인 한계, 이윤 추구(주주 중심)를 궁극적 목표로 하는 기업의 내재적 한계, 개개인으로서의 시민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신뢰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시민단체의 역할은 필요하고, 오히려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해서 그 필요성은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인식에 관한 공감대가 있었기에 작년에 있었던 워크숍에서 우리 '시민'의 필요성과 역할에 관하여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시민'이 지난 10년을 충실하게 열심히 고민하면서 살아왔는데, 왜 이런 위기가 왔을까에 대한 고민이 든 것도 사실이예요. 서울시와의 관계가 흔들릴 경우, 우리는 어떤 독자성을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안 하고 있었다고 하면 너무 나이브한 거라고 볼 수 있죠.
한편 서울시와 NPO지원센터 간의 문제나 센터 수탁 운영이 종료되어 '시민'이 휘청(?)되는 것이 아니라 10년 된 조직으로서 자연스럽게 그런 문제들이 드러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시민'의 지금의 상황들이 꼭 그런 환경 변화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냥 '시민' 자체의 묵혀둔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2021년에 제가 처음 '시민'을 알게 되어 왔을 때, 총회 자료집의 예산만 보면 '시민'이라는 조직이 되게 큰 규모의 조직 같아 보였어요. 근데 센터 수탁 관련 예산 제외하면 '시민'이 자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수입도, 지출도 많지는 않은 거예요. 공교롭게 그 이후에 여러 이슈들이 계속 생겼던 것 같아요. 저는 작년이 아니라 그때 우리가 좀 더 대비했어도 안 늦었다고 보거든요. '시민'의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대비를 해야할 지에 대해. 작년에 문을 닫을지 말지에 대한 내부 논의도 있었지만, 더 해야할 역할이 있다고 보고 작년에 비전 워크숍을 한 거거든요. 저로서는 마음이 급하긴 해요. 미리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바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거든요. TF도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건데, 지금의 '시민'은 바로 대응을 해야하는게 필요해요.
그동안 대응할 사람이 없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래서 좀 더 냉정하게 보려고 해요.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살롱문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만나서 얘기하고, 논의가 발전되면 우리가 대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발전시켜보기도 하고. 이런 과정에서 그 자리가 좋아서 오는 사람들이니까 뭔가 돈이 들면 같이 부담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있어서 내가 이렇게 즐겁게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얻고, 즐기고, 뿌듯함을 가져가는데 일정한 돈을 내기 어려울까?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시민'이 그런 기반이 되었으면 해요.
변호사로서 본업 활동만으로도 상당히 바쁘실텐데요. 이 와중에 작년에 '시민' 운영위원장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부여받아서 활동하셨기 때문에 부담감도 크셨을 것 같아요. 물론 올해도 비전TF위원으로 함께 하고 계신데요. 문득문득 현타(?)의 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본의 아니게 부족한 제가 작년에 우리 '시민'의 운영위원장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이 하셨더라면 더욱 좋은 오늘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큽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 자신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사회 변화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그 수면 아래에서 시민 개개인들이 느끼고 있는 욕구는 무엇이고, 이 욕구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면 저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것만으로도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일텐데, '시민'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구성원분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저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시민' 이 담당하는 역할과 위치를 생각하면 배워서 할 일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분들이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어 부담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시민'이 겪어온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서 '시민'의 존립에 관하여 구성원들의 진지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고, 이러한 점에서 질문하신 '현타'**(※ 참조. 조어로서 '현실자각타임'의 줄임말. 어떤 일을 꿈꾸고 모색하다가 불현듯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지칭함.)라는 것이 오기도 했어요.
"사단법인 시민이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해 꾸준한 고민을 한다는 건... "
'시민' 이외에도 다른 시민단체들과 관계를 오래 맺고 계시는데요. '시민' 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환경정의에서 활동한 지 10여년이 되어 갑니다(2024년 공동대표로 활동 중)만 제가 시민사회, 시민단체들을 바라볼 수 있는 범위는 좁습니다. 저는 우리 '시민'에서 활동하면서 시민사회에 관하여 보다 넓고, 깊게 바라보게 되었고, 각각의 시민단체들이 겪고 있고, 활동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에 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사회, 시민단체의 역할 및 지속성에 관하여 우리 '시민'만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온 단체는 없다고 생각하고, 지난 10년간 우리 '시민'이 축적하여 온 유, 무형의 자산들은 다른 시민단체들이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리 '시민'의 강점이 있다고 봅니다.
환경 관련 공기업에 계시다가 뒤늦게 법학을 공부하신 이력이 이색적인데요. 일종의 하이브리드(?) 환경 변호사이기도 하신데요. 시민사회도 전통적인 활동방식을 넘어선 유연하고도 하이브리드한 활동방식과 내용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기도 하는데요. '시민'이 '시민'다운 활동을 한다는 의미는 어떤 걸까요?
SDG, ESG로 대변되는 새로운 가치의 확산이 자연스럽게 일종의 세계적 기준으로 되고 있습니다. 이미 정부와 기업(특히, 대기업)은 ESG와 관련하여 관련 기준들을 검토하여 자신들 뿐만 아니라 관련되어 있는 주체들에 대하여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중 주주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기존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기업이 시민사회를 단순한 고객이 아닌 파트너로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시민'이 기존의 감시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한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하기 보다는 정부나 기업의 파트너로서 시민단체의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확실하게 하고, 우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주체(정부, 기업)의 요건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단법인 시민을 누가 듣더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 필요"
이번에 '시민'이 조직 리비전 작업을 새로운 이사님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계신가요?
앞에서 어느 정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우리 '시민'의 기반이 되는 시민들의 변화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시민과 괴리된 '시민'은 존립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시민들은 자신이 속한 전통적인 공동체, 이를 테면 지역 커뮤니티나 가족 등이 해체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나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조직 리비전 작업에서 변화했고, 현재도 변화하고 있는 시민들의 욕구와 문제의식에 무엇보다도 주안점을 두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형성 등의 실행 방안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역할을 지원조직으로 설명하든 뭐든 이건 우리끼리의 정체성일 뿐이고, 시민들한테 '시민'이 어떤 활동을 하는 조직이다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이미지가 있었으면 해요.
지난번 이사장님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오늘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시민'은 시민을 위해 활동한다는 전제가 있지는 않았던 조직인데, 시민과의 접점을 넓혀야 한다는 의미는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가 지원조직으로서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건 맞지만 결국은 단체와 활동가를 지원하는 과정이 간접적으로 시민을 만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직접 안 만날 뿐이지, 어떻게 보면 이 문제는 펀딩의 문제와도 연결되기도 해요. 예를 들면, '시민'과 파트너십으로 함께 할 때, 기업도 좋고, '시민'도 좋고, 사회도 좋은 게 무엇일까 할 때, 부합될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해요.
요즘 사무처는 사업도 사업이지만 조직 운영 기틀을 다시 잡는 것에 집중하고 있기도 해요. 아무리 작은 규모의 조직이라도 기틀이 없으면 효율적인 운영을 하기가 어렵고, 또 조직이라는 것은 사람이 들고 나는 것인데 다른 누군가가 이 조직에서 활동을 할 때, 그런 기반이 있는게 필요하기도 하고요. 다만, 이런 작업들은 일종의 보이지 않는 활동이어서 외화되어서 나타나지는 않거든요. 내부적으로는 분주한데 외부적으로는 조용해 보일 수도 있고.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우선 순위의 집중과 선택에 있어서 이런 작업을 지금 하는게 맞는가 하는 고민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이슈들을 마냥 묵혀둘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시민'은 지금 완전히 조직 리빌딩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런 과정도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죠. 그래서 활동가 한 명을 더 채용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고요.
우리가 현실에 치이다 보면 그런 상상을 안 하게 되잖아요. 2명이 3명 되고, 3명이 4명 되는 조직의 상을. 그런데 그 상상이 결국 그 조직의 성장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같은 사무실을 사용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참조. '동행'과 '시민' 모두 2013년에 시민사회가 함께 '시민사회의 지원조직' 성격으로 만든 단체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 각계에서 뜻을 모아 만든 조직으로서, 동행은 '활동가 안전망 구축'이라는 사람에 대한 지원을, 시민은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중간지원 전담조직'이라는 미션을 각각 안고 출발함.)을 보면 조직이 성장하는게 눈에 보이거든요.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 게 있어야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무처 구성원인 저희 둘이 가끔 상근자가 적어서 아쉽다는 푸념의 차원이 아닌 긍정의 상상을 더해서 한 명만 더 있으면 이런 활동을 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나누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3명 이상의 조직이 되는 구조는 만들어보자는 다부진(?)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하하)
어떤 일을 할 때, 일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사람을 충원할 지 말 지 고민을 하기 마련인데, 때로는 사람이 일을 만들기도 하죠. 조직이 성장하는 시점이 사람이 확장될 때인데, 그게 어려우니까 점점 블랙홀처럼 위축되는 것 같아요. '시민'도 사람이 확장될 수 있는 그런 조직이 되면 좋겠네요. (하하)
"조직 전환기를 관통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Endurance의 마음"
끝으로 '시민'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이며, 사무처에게도 특별히 전하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시민'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적절한 우리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부득이 영어 표현을 사용하자면 'Endurance'입니다. 물론, '인내'라는 우리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만 어감이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니스트 섀클턴**(※ 참조. 남극 탐험 과정 중, 조난을 당해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대원 모두 전원 생환을 하여 비록 남극 탐험은 실패했으나 섀클턴의 리더십에 대해 '위대한 항해'로 지금까지도 불리고 있음.)이 대원들과 함께 남극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사투를 벌이며 생존한 내용을 담은 'The Endurance'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는 현재 우리 '시민'이 'Endurance'를 지니길 바라고, 기대합니다. 지금은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시민'이 시민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니스트도 옆에 사람이 없었으면 귀환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본인이 비전을 대원들에게 던져주었고, 그것을 신뢰하고 받쳐주는 사람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다 함께 살아난 거 잖아요. 우리도 한 걸음 한 걸음 버티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 함께 조금만 견디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 '시민'이 어떻게든 열심히 하고 방향을 잡으면 어떻게든 버틴다는 믿음은 있어요.
사실 지난 3월부터 사무처 공백기가 몇 개월 있었는데, 그 사이 김승순 실장님이 잘 버티어 주었고, 신임 사무처장님이 새로 와서 일이 손에 잡힐 지에 대한 걱정도 했지만 두 분께서 짧은 시간 동안 잘 끌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재 이사님들께도 좀 더 거는 기대가 큰 데, 사실 이사회가 이렇게 자주 열릴지 이사님들도 처음에는 생각을 못 하셨을 거예요. 그런데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 또한 내가 승낙했으니 부담해야되겠구나 생각하시고 계시기 때문에 감사하고, 거는 기대가 있습니다.
서면으로 생각을 정리해 주신 것을 바탕으로 박창신 이사님과 2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에 다 담지는 못했으나 날 것의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의 현재와 다음을 좀 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집중할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작년에 운영위원장을 맡으셨을 때도 그렇고, 올해 비전TF를 맡으셨을 때도 그렇고, 늘 박창신 이사님께서 부지불식간에 많이 언급하시던 단어가 '책임감'이었습니다. 시민단체의 전반적인 환경과 역동이 과거와는 아무래도 다르다보니 생기가 덜 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이상, 나의 책임, 각자의 책임, 우리의 책임은 무엇이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시민'과 함께 한 시간에 비해 짧은 시간 동안 막중한 역할을 해 오신 박창신 이사님의 그 다음의 시간이, 지금보다 더 활력있는 여정이 될 수 있도록 사무처도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에너지 up! 해 보겠습니다. 😆
📢 인터뷰어 : 사무처 김유리&김승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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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시민] #제2편 _ 박창신 이사
저희가 인터뷰 때, 모든 이사님들께 드리는 공통질문인데요. 다소 식상한 질문이겠지만, 😅 시민과의 첫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21년 사단법인 시민(이하 ‘시민’)의 정기총회를 앞두고 있던 시점, (사)환경정의에서 뵙고 활동했었던 김소연 박사님이 당시 '시민'의 운영위원이셨는데, '시민'에서 이사 역할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주셨어요. 그때 처음 '시민'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사로 함께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요?
솔직히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시민단체 역할에 대하여 잘 알지 못 했어요. 저에게 제안을 해 주셨던 김소연 박사님과는 환경정의에서 같이 활동했었는데, 박사님께서 좋은 분들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좋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말씀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해보자는 막연한 생각으로 함께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시민'을 알게 되면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되고,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만, 2021년으로 돌아가서 김소연 박사님의 말씀을 듣게 된다면 제가 감히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을겁니다.
'시민'의 활동 중,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활동이나 관심있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제가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민사회활성화네트워크를 통하여 '시민'이 역할을 해 오고 있는 시민사회3법**(※ 참조. 시민사회활성화기본법 제정, 민주시민교육기본법 제정, 기부금품법 개정 / ** 2017년부터 시민사회 각 영역의 네트워크가 모여서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역할을 위한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운영 중입니다. 2021년 가장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우선순위 법안들을 모아서 공동입법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3법' 입법추진 활동들을 전개하였으나, 21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등의 법/제도개선 활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조율할 수 없는 부분에서 “법”이라는 사회적 도구는 존재의 의미가 있고, 일단 제정․개정 등의 절차를 통하여 만들어진 “법”은 사회의 움직임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하기에 금번 22대 국회가 개회한 시점에서 더욱 구체적인 활동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대, 배려, 통합을 가치로 한 네트워크 중요"
'시민'에서 특별히 함께 하시고 싶으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추상적입니다만, 정부․시장과 구별되는 시민사회의 자생력이 확보되기 위해서 '시민'이 어떠한 역할을 하여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곧 공표될 '시민'의 3기 비전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자립'인데, ▲ 시민사회의 구성원인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 시민들로부터 자발적인 후원을 받아 운영을 할 수 있으며, ▲ 자립을 통하여 정부 또는 시장(기업)에 대한 목소리를 거리낌 없이 낼 수 있고 정부 또는 시장(기업)이 우리 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부터 시작하여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세대별, 성별, 지역별 등으로 구별되어 각각 자신의 입장 만을 고수하게 되는 상황이 아쉽습니다. 지역에서 나고 자라 1980~90년대의 시위 현장을 목격하였고, 집안에 설치된 유선전화, 동전 공중전화부터 삐삐, PCS를 거쳐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기술의 변화와 1인당 GDP 1,000달러가 되지 못 하던 시절부터 35,000달러가 된 현재까지의 경제적 변화를 겪어왔던 저로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었던 '연대', '배려', '통합'이 '각자도생'으로 바뀌어 나가는 현재가 안타깝습니다. 어떤 가치가 시민들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지 고민되는 지점에서 네트워크 사업을 통한 가치의 확산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활발한 네트워크 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으로서, 앞서 말씀드린 시민사회3법과 같은 법/제도적 토대를 형성하는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다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시민단체의 필요성은 더 커져야... "
작년에 '시민'이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지난 10년 활동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요. 운영위원장으로서 이 과정에 참여하시면서 어떤 마음이셨을까요? 누구보다 작년 한해, 전임 임원님들과 비전 워크숍을 함께 하면서 '시민'을 가장 깊숙하게 들여다 본 분이셨을텐데요.
우리 '시민'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서 '시민'의 다양한 역할들이 있었기에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현재의 시민사회가 유지될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는 시민들로부터 일정한 권한을 위임받아 시민들을 위하여 복무하여야 하는 집단입니다. 태생적으로 시민들은 주권자로서 대리인인 정부가 시민을 위하여 복무하고 있는지를 감시하여야 합니다. 개인으로서의 시민들이 정부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정한 여유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신자유주의의 결과로서 각자가 자신에게 부여한 의무감(이를 테면, 잘못되는 것은 모두 내 책임이다)에 전반적으로 '피로사회'가 되다보니 더욱더 시민들을 대신하여 정부를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역할은 커져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GDP로 대변되는 우리 경제의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삶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기에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주체로서의 기존의 정형화된 시민단체를 벗어난 다양한 목표를 가진 시민단체가 구성되는 등 시민사회의 구조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시민들이 피로감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시민단체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다양한 경로의 의사표시 및 조직구성(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 예를 들면, SNS) 및 의사 수용체의 다양화(예를 들면, 국민신문고, 의원실에 대한 직접 민원 등)를 통하여 시민들이 자신의 욕구를 직접 표시할 수 있다보니 기존의 시민단체라는 단위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기업과 정부가 일정 부분 시민들의 직접적인 의사표시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굳이 시민단체를 통한 의사표시가 필요한지에 관하여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바와 같이 시민단체의 역할은 축소되고 궁극적으로 불필요한 것인지 자문해보면, 오히려 일관적이고 정교한 의사표시의 필요성, 긴 호흡을 가지고 정부나 기업이 제대로 시민들의 의사를 수용한 정책을 시행하는지 여부에 관한 감시, 정부가 대리인으로서 가질 수 밖에 없는 내재적인 한계, 이윤 추구(주주 중심)를 궁극적 목표로 하는 기업의 내재적 한계, 개개인으로서의 시민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신뢰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시민단체의 역할은 필요하고, 오히려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해서 그 필요성은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인식에 관한 공감대가 있었기에 작년에 있었던 워크숍에서 우리 '시민'의 필요성과 역할에 관하여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시민'이 지난 10년을 충실하게 열심히 고민하면서 살아왔는데, 왜 이런 위기가 왔을까에 대한 고민이 든 것도 사실이예요. 서울시와의 관계가 흔들릴 경우, 우리는 어떤 독자성을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안 하고 있었다고 하면 너무 나이브한 거라고 볼 수 있죠.
한편 서울시와 NPO지원센터 간의 문제나 센터 수탁 운영이 종료되어 '시민'이 휘청(?)되는 것이 아니라 10년 된 조직으로서 자연스럽게 그런 문제들이 드러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시민'의 지금의 상황들이 꼭 그런 환경 변화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냥 '시민' 자체의 묵혀둔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2021년에 제가 처음 '시민'을 알게 되어 왔을 때, 총회 자료집의 예산만 보면 '시민'이라는 조직이 되게 큰 규모의 조직 같아 보였어요. 근데 센터 수탁 관련 예산 제외하면 '시민'이 자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수입도, 지출도 많지는 않은 거예요. 공교롭게 그 이후에 여러 이슈들이 계속 생겼던 것 같아요. 저는 작년이 아니라 그때 우리가 좀 더 대비했어도 안 늦었다고 보거든요. '시민'의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대비를 해야할 지에 대해. 작년에 문을 닫을지 말지에 대한 내부 논의도 있었지만, 더 해야할 역할이 있다고 보고 작년에 비전 워크숍을 한 거거든요. 저로서는 마음이 급하긴 해요. 미리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바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거든요. TF도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건데, 지금의 '시민'은 바로 대응을 해야하는게 필요해요.
그동안 대응할 사람이 없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래서 좀 더 냉정하게 보려고 해요.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살롱문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만나서 얘기하고, 논의가 발전되면 우리가 대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발전시켜보기도 하고. 이런 과정에서 그 자리가 좋아서 오는 사람들이니까 뭔가 돈이 들면 같이 부담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있어서 내가 이렇게 즐겁게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얻고, 즐기고, 뿌듯함을 가져가는데 일정한 돈을 내기 어려울까?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시민'이 그런 기반이 되었으면 해요.
변호사로서 본업 활동만으로도 상당히 바쁘실텐데요. 이 와중에 작년에 '시민' 운영위원장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부여받아서 활동하셨기 때문에 부담감도 크셨을 것 같아요. 물론 올해도 비전TF위원으로 함께 하고 계신데요. 문득문득 현타(?)의 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본의 아니게 부족한 제가 작년에 우리 '시민'의 운영위원장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이 하셨더라면 더욱 좋은 오늘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큽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 자신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사회 변화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그 수면 아래에서 시민 개개인들이 느끼고 있는 욕구는 무엇이고, 이 욕구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면 저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것만으로도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일텐데, '시민'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구성원분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저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시민' 이 담당하는 역할과 위치를 생각하면 배워서 할 일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분들이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어 부담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시민'이 겪어온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서 '시민'의 존립에 관하여 구성원들의 진지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고, 이러한 점에서 질문하신 '현타'**(※ 참조. 조어로서 '현실자각타임'의 줄임말. 어떤 일을 꿈꾸고 모색하다가 불현듯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지칭함.)라는 것이 오기도 했어요.
"사단법인 시민이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해 꾸준한 고민을 한다는 건... "
'시민' 이외에도 다른 시민단체들과 관계를 오래 맺고 계시는데요. '시민' 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환경정의에서 활동한 지 10여년이 되어 갑니다(2024년 공동대표로 활동 중)만 제가 시민사회, 시민단체들을 바라볼 수 있는 범위는 좁습니다. 저는 우리 '시민'에서 활동하면서 시민사회에 관하여 보다 넓고, 깊게 바라보게 되었고, 각각의 시민단체들이 겪고 있고, 활동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에 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사회, 시민단체의 역할 및 지속성에 관하여 우리 '시민'만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온 단체는 없다고 생각하고, 지난 10년간 우리 '시민'이 축적하여 온 유, 무형의 자산들은 다른 시민단체들이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리 '시민'의 강점이 있다고 봅니다.
환경 관련 공기업에 계시다가 뒤늦게 법학을 공부하신 이력이 이색적인데요. 일종의 하이브리드(?) 환경 변호사이기도 하신데요. 시민사회도 전통적인 활동방식을 넘어선 유연하고도 하이브리드한 활동방식과 내용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기도 하는데요. '시민'이 '시민'다운 활동을 한다는 의미는 어떤 걸까요?
SDG, ESG로 대변되는 새로운 가치의 확산이 자연스럽게 일종의 세계적 기준으로 되고 있습니다. 이미 정부와 기업(특히, 대기업)은 ESG와 관련하여 관련 기준들을 검토하여 자신들 뿐만 아니라 관련되어 있는 주체들에 대하여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중 주주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기존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기업이 시민사회를 단순한 고객이 아닌 파트너로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시민'이 기존의 감시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한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하기 보다는 정부나 기업의 파트너로서 시민단체의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확실하게 하고, 우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주체(정부, 기업)의 요건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단법인 시민을 누가 듣더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 필요"
이번에 '시민'이 조직 리비전 작업을 새로운 이사님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계신가요?
앞에서 어느 정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우리 '시민'의 기반이 되는 시민들의 변화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시민과 괴리된 '시민'은 존립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시민들은 자신이 속한 전통적인 공동체, 이를 테면 지역 커뮤니티나 가족 등이 해체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나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조직 리비전 작업에서 변화했고, 현재도 변화하고 있는 시민들의 욕구와 문제의식에 무엇보다도 주안점을 두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형성 등의 실행 방안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역할을 지원조직으로 설명하든 뭐든 이건 우리끼리의 정체성일 뿐이고, 시민들한테 '시민'이 어떤 활동을 하는 조직이다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이미지가 있었으면 해요.
지난번 이사장님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오늘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시민'은 시민을 위해 활동한다는 전제가 있지는 않았던 조직인데, 시민과의 접점을 넓혀야 한다는 의미는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가 지원조직으로서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건 맞지만 결국은 단체와 활동가를 지원하는 과정이 간접적으로 시민을 만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직접 안 만날 뿐이지, 어떻게 보면 이 문제는 펀딩의 문제와도 연결되기도 해요. 예를 들면, '시민'과 파트너십으로 함께 할 때, 기업도 좋고, '시민'도 좋고, 사회도 좋은 게 무엇일까 할 때, 부합될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해요.
요즘 사무처는 사업도 사업이지만 조직 운영 기틀을 다시 잡는 것에 집중하고 있기도 해요. 아무리 작은 규모의 조직이라도 기틀이 없으면 효율적인 운영을 하기가 어렵고, 또 조직이라는 것은 사람이 들고 나는 것인데 다른 누군가가 이 조직에서 활동을 할 때, 그런 기반이 있는게 필요하기도 하고요. 다만, 이런 작업들은 일종의 보이지 않는 활동이어서 외화되어서 나타나지는 않거든요. 내부적으로는 분주한데 외부적으로는 조용해 보일 수도 있고.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우선 순위의 집중과 선택에 있어서 이런 작업을 지금 하는게 맞는가 하는 고민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이슈들을 마냥 묵혀둘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시민'은 지금 완전히 조직 리빌딩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런 과정도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죠. 그래서 활동가 한 명을 더 채용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고요.
우리가 현실에 치이다 보면 그런 상상을 안 하게 되잖아요. 2명이 3명 되고, 3명이 4명 되는 조직의 상을. 그런데 그 상상이 결국 그 조직의 성장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같은 사무실을 사용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참조. '동행'과 '시민' 모두 2013년에 시민사회가 함께 '시민사회의 지원조직' 성격으로 만든 단체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 각계에서 뜻을 모아 만든 조직으로서, 동행은 '활동가 안전망 구축'이라는 사람에 대한 지원을, 시민은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중간지원 전담조직'이라는 미션을 각각 안고 출발함.)을 보면 조직이 성장하는게 눈에 보이거든요.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 게 있어야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무처 구성원인 저희 둘이 가끔 상근자가 적어서 아쉽다는 푸념의 차원이 아닌 긍정의 상상을 더해서 한 명만 더 있으면 이런 활동을 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나누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3명 이상의 조직이 되는 구조는 만들어보자는 다부진(?)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하하)
어떤 일을 할 때, 일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사람을 충원할 지 말 지 고민을 하기 마련인데, 때로는 사람이 일을 만들기도 하죠. 조직이 성장하는 시점이 사람이 확장될 때인데, 그게 어려우니까 점점 블랙홀처럼 위축되는 것 같아요. '시민'도 사람이 확장될 수 있는 그런 조직이 되면 좋겠네요. (하하)
"조직 전환기를 관통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Endurance의 마음"
끝으로 '시민'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이며, 사무처에게도 특별히 전하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시민'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적절한 우리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부득이 영어 표현을 사용하자면 'Endurance'입니다. 물론, '인내'라는 우리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만 어감이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니스트 섀클턴**(※ 참조. 남극 탐험 과정 중, 조난을 당해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대원 모두 전원 생환을 하여 비록 남극 탐험은 실패했으나 섀클턴의 리더십에 대해 '위대한 항해'로 지금까지도 불리고 있음.)이 대원들과 함께 남극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사투를 벌이며 생존한 내용을 담은 'The Endurance'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는 현재 우리 '시민'이 'Endurance'를 지니길 바라고, 기대합니다. 지금은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시민'이 시민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니스트도 옆에 사람이 없었으면 귀환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본인이 비전을 대원들에게 던져주었고, 그것을 신뢰하고 받쳐주는 사람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다 함께 살아난 거 잖아요. 우리도 한 걸음 한 걸음 버티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 함께 조금만 견디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 '시민'이 어떻게든 열심히 하고 방향을 잡으면 어떻게든 버틴다는 믿음은 있어요.
사실 지난 3월부터 사무처 공백기가 몇 개월 있었는데, 그 사이 김승순 실장님이 잘 버티어 주었고, 신임 사무처장님이 새로 와서 일이 손에 잡힐 지에 대한 걱정도 했지만 두 분께서 짧은 시간 동안 잘 끌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재 이사님들께도 좀 더 거는 기대가 큰 데, 사실 이사회가 이렇게 자주 열릴지 이사님들도 처음에는 생각을 못 하셨을 거예요. 그런데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 또한 내가 승낙했으니 부담해야되겠구나 생각하시고 계시기 때문에 감사하고, 거는 기대가 있습니다.
서면으로 생각을 정리해 주신 것을 바탕으로 박창신 이사님과 2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에 다 담지는 못했으나 날 것의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의 현재와 다음을 좀 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집중할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작년에 운영위원장을 맡으셨을 때도 그렇고, 올해 비전TF를 맡으셨을 때도 그렇고, 늘 박창신 이사님께서 부지불식간에 많이 언급하시던 단어가 '책임감'이었습니다. 시민단체의 전반적인 환경과 역동이 과거와는 아무래도 다르다보니 생기가 덜 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이상, 나의 책임, 각자의 책임, 우리의 책임은 무엇이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시민'과 함께 한 시간에 비해 짧은 시간 동안 막중한 역할을 해 오신 박창신 이사님의 그 다음의 시간이, 지금보다 더 활력있는 여정이 될 수 있도록 사무처도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에너지 up! 해 보겠습니다. 😆
📢 인터뷰어 : 사무처 김유리&김승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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