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인사이드 시민] 제3편 _ 안연정 이사님을 소개합니다.

관리자
2024-07-19
조회수 615

[인사이드 시민] #제3편 _ 안연정 이사


올해 초 (사)시민 제6기 임원이 새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해는 조직 재구조화를 위한 전환기라는 중차대한 시기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상기하면서 또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새롭게 함께 하시게 된 이사님들은 (사)시민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시는지 회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인사이드 시민'은 시민의 사람(人사이드)을 소개하는 의미와 시민 속으로(inside)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세번째 인터뷰이는 안연정 이사(전,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CSO)입니다. 올해 처음 <시민>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되었지만, 알고 보면 서울시청년허브 센터장을 역임(2017년~2020년)했던 시절부터 이미 인연이 있었고, 작년 1월 현장지식 컨퍼런스에서도 토론패널로 참여한 적이 있는 등 다양한 경로로 직‧간접적인 연결고리가 있었습니다. <시민>의 이사로서 안연정 이사님은 지금의 <시민>을 어떠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깊고도 진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



모든 이사님들께 드리는 공통질문입니다. 처음 <시민>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서울시청년허브 센터장을 하고 있을 때, 서울시NPO지원센터의 위탁법인으로 이미 알고 있었어요. 당시에 무언가 든든한 비빌언덕 같은 존재로 다가왔던 기억이 나요. 당시 청년허브가 내부적으로나 서울시의 정책환경 변화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었는데, NPO지원센터가 같은 동료지원조직으로서 청년허브에게 여러모로 마음을 내어주었는데, 그 고마운 마음이 자연스럽게 <시민>에게도 이어지더라고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그 마음으로"


올해 이사로 함께 참여해 줄 것을 제안받았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전임 운영위원장이었던 이강준 위원장님이 제안해 주셨는데, 좋은 얘기와 어려운 얘기 중 뭐부터 듣겠냐고 하더라고요. (하하) 당시, 좋은 얘기는 이강준 운영위원장님이 계시는 단체들과의 협력 사업에 대한 제안이었고, 어려운 얘기는 <시민> 이사 제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요?'라고 했어요. 제가 40대 초반을 지나면서 잘 해 보고 싶었던 일이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좋은 롤 모델'을 찾던 시기였을 때, 아까 말씀드린 센터와 <시민>의 몇몇 분들이 저에게 그런 존재였고, 그분들(당시 정선애 센터장, 정란아 실장, 이강준 시민 운영위원장)이 <시민>과 다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저에게 그때부터 <시민> 유니버스가 형성된 것 같아요. 그리고 작년 초에 현장연구자로서 현장지식 컨퍼런스에 참여하면서, 이후 전임 이사장님인 양혁승 교수님을 따로 뵐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시민>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는 않아도 세대, 성비, 지금 <시민>이 다루고 있는 아젠다 등과 관련해서 이사회의 다양성 측면에서 내가 역할을 해야 할 내용이 있을 수 있겠구나 생각해서 이강준 위원장님이 제안했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하겠다고 응답했어요. 무언가 이전에 받은 기운을 받은 만큼 되갚고 싶다는 마음이랄까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그 마음과 맞닿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2000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활동을 해 오면서 제대로 쉰 적이 없더라고요. 최근까지도 계속 조직 속에서 활동을 해 왔는데, 지금은 논문을 준비하면서 생활력 회복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동안은 일하느라 부족한 시간을 돈으로 교환하며 지내오다 보니 나를 돌보는 것은 정작 후순위였는데, 현재는 계절감을 충분히 느끼고, 잘 차려 먹고, 매일매일 기쁨으로 나를 채우는 등 나를 측정하고, 나를 잘 관찰하고 있어요. 그리고 미루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제가 해온 일들은 다양한 상황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조율하는 역량도 중요한데요, 그러다보니 유연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데 주력했거든요. 지금은 그보다는 좋은 습관을 생활시간, 돌봄시간, 일하는 시간 등에 배치하기 위해 지금 해야하는 일이 있다고 판단되면 멈칫 하지 않고 가급적 바로 하려고 해요. 올해 새해부터 지금까지 그래도 잘 지켜오고 있는 것 같아요. 한꺼번에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듯이, 탕진하듯이 파이팅하는 형태로 정신승리하는 스텐스를 만들기 보다는 일상적으로 계속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마음과 물리적 환경을 만들려고 해요. 


기본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나를 오롯이 들여다 보는 과정인 것 같은데요. 그러한 과정이 기분좋은 시도와 변화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방금 물리적 환경을 만든다고 말씀하셨는데, 파주라는 공간을 통해 이런 저런 활동도 해 오고 계신 걸로 알아요.

사실 파주는 회복력을 갖기 좋은 동네예요. 실은 파주 출판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물리적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한 때 열심히 돌아다닌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서랍 속에 넣어둔 프로젝트가 되었어요. 지금은 일로써 파주를 만나고 있지는 않지만, 파주라는 공간이 저에게 기여하는 바가 커요. 이 곳이 저에게 맞는 밀도를 가진 공간이다 싶더라고요. 적당히 도시적이고, 또 한편 자연친화적인 풍경도 동시에 공존하고. 동네를 다니다 보면 주민들도 너무 재미있고, 새롭게 알고 싶은 이름도 너무 많고. 이 자체가 좋은 자극이자 관계의 확장이 되기도 해요. 저에게는 일이든 뭐든 관계의 확장이 중요하거든요. 생활력 회복 다음으로 가장 큰 관심사가 파주이기도 해요.


파주를 말씀하시는 모습 속에서 올해 초 소셜섹터에 계신 분들과 다녀온 치앙마이 워케이션 분위기가 왠지 오버랩 되는 느낌이 드네요. 치앙마이 워케이션은 어떠셨어요?

네, 치앙마이 워케이션 멤버가 저에게는 딱 파주 동네주민같은 느낌이었어요. 치앙마이 가서 정말 일만 많이 해서 장소에 대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치앙마이가 나에게 뭐를 남겼냐고 한다면 정말 사람만 남았어요. 그 당시 일을 하면서 너무 소진된 상태에서 치앙마이를 가서 딱히 무언가를 하고 싶었던 것이 없었는데, 그분들이 어디 같이 갈래? 어떤 거 함께 할래? 라고 제안해주는 요청들이 너무 고맙더라고요. 기존에도 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잘 모르던 분들도 조금씩 알아가면서 한 칸씩 한 칸씩 자리를 가까이 옮겨가면서 마지막 날에는 같이 옆 자리에 앉게 되는 그런 경험과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예전에 대안학교에서 한 학기 수업을 했는데, 첫 수업 때 저와 가장 먼 자리에 앉아 있던 아이가 한 학기를 마칠 즈음에는 제 앞에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지금까지도 가장 큰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어른이 되어갈 수록 점점 알겠더라고요. 아마도 저도 치앙마이에서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결국 모두 사람으로 연결되네요. 치앙마이 워케이션 후기에서 보았는데, '내가 하는 일을 해상도 높게 설명하고 싶고, 내가 일하는 생태계에 자원을 만드는 일과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크라우드펀딩과 팬덤을 연결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라고 남기셨더라고요. 그 관심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청년허브에 있을 때 부터 고민하던 주제였어요. 서울에서 쳥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원의 탐색과 확보 측면에서도 자원의 확보는 매우 중요했어요. 자원이 없다고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을 하거나 팬덤이 움직이면서 시민들이 어떤 현상이나 활동이나 사람들을 지지하고, 자원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놀라울 정도예요. 돈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이게 과연 별개의 문제인가 하는 질문을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그 고민이 지금 <시민>의 상황과 대입해보아도 똑같은 것 같아요. 지난 이사회에서도 공익활동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 필요한 한 축으로 자원발굴, 자원연계가 있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여야 하잖아요. 어떻게 모아야 되지? 말씀하신 것처럼 과연 자원이 진짜 없나? 만약 팬덤이 움직이도록 하려면 과연 <시민>은 어떠한 강력한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계속 남는 것 같아요. 피상적, 당위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구체적으로 실체화시키는 것까지는 쉽지는 않아서 계속 고민 중에 있는 상황이예요.

청년세대의 경우, 아직 큰 자원을 스스로 보유하기 어렵고 특히 현재 청년담론에서는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는 이야기도 등장했지만, 한편 이 세대들이 자원을 만들어 내는 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우리의 일과 연결하지 그런 고민이 그때부터 있었어요. 제가 빠띠를 갔던 이유도 빠띠가 가지고 있는 시민기술이라는게 집합적인 힘을 창출하는데 가장 큰 촉진 역할을 하는 거였어요. 이 조직에서 이 방법을 좀 더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저에게는 큰 활동 목표이기도 했어요. 앞서 해상도를 높이고 싶다고 언급했는데, 해상도는 결국 전략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어요. 구체적인 전략을 만들기 위해 저도 성공이든 실패이든 실험을 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실행까지는 아직 못 해 보았어요. 제가 <시민>에서 관심있는 활동이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참조. <시민>은 서울지역 협력파트너로서 함께 하고 있음.)인데요. 엣지에서 준비하신 내용들과 그동안 조사한 국내외 사례들을 같이 연결하면서 보고 있는데, 공부해야 할 것이 어마무시하게 많구나 하고 느끼고 있어요. 차근차근 보면서 촘촘한 전략을 가지고, 실행하는 것까지 언젠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겸손한 몸과 마음으로 조금 더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시민>이 세우는 활동들이 모두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지만, 자원을 만드는 일은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이 연결되어야 하는 지점인데, 그건 제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것 같아요. 대신, 다른 영역에서의 관심, 그 중에서 대중문화(특히, K-콘텐츠)를 좋아하는데, 요즘 사람들이 뭐에 관심이 있고, 어떤 것을 좋아하며, 감수성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등 제 자리의 정체성에서 이런 현상과 흐름을 관찰하고 탐색하여 우리 활동의 연결시키는 전략을 만들고 싶어요. 


"자기 활동을 깊게 파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엮는다는 것"


예전에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발간한 NPO트렌드리포트 제작에도 참여하셨는데,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들으니 통시적 관점에서 흐름의 변화를 포착하고, 해석하고, 정리를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연구활동가로서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제 식으로 표현하면 마이너한 영역 안에서 자기 활동을 계속 깊게 파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엮고, 흐름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해요. 저는 사실 말이 좀 더 편한 사람이긴 한데, 앞으로는 글이 조금 더 수월해지는 사람으로 체질 개선을 하는 게 저의 과제이자 장기적인 목표이기도 해요. 제가 하는 말이 가지는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현장에서 제가 주는 기운이 제 말의 정합이나 유려함보다 더 많이 먹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하지만 그건 현장 안에서만 유효한 부분들이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저의 말이 새롭게 확장된 내용처럼 보이지만 한편 깊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점점 들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통해 연구력을 좀 더 가지고 싶어요. 


그럼 스스로 연구활동가라는 정체성을 좀 더 지니고 있다고 봐도 될까요?

고민이긴 한데, 되고 싶기는 하지만 아직 자신있게 연구활동가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청년허브에서 사용했던 연구활동가는 스스로 문제를 풀기 위해서 현장에 부딪히면서 싸우기도 하고, 문제를 풀기 위한 언어를 가진 이중 정체성의 사람들을 지칭한 거였어요. 토대가 단단하지 않아서 이기도 하고, 전략이 수월하지 않아서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에 여러 정체성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에 더 가까웠어요. 저의 다양한 경험이 내 커리어에서 장점일까에 대한 고민도 계속 하고 있긴 해요. 제가 아카데미아 구조 속에서 성장한 것도 아니어서 스스로의 정체성과 역량에 대한 의심도 하지만, 확실한 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여러 언어를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긴 한 것 같아요. 


청년허브에 계실때 진행한 AYARF(아시아 청년 연구활동가 펠로우십) 사업도 그런 문제의식에서 기획하신 걸까요?

전통적인 시민사회에서 문제를 푸는 방식과는 조금 달라보일 수 있지만, 다양하게 자기 문제와 우리 문제를 진단하고 풀어보고자 하는 시민들이 확실히 늘었다고 생각해요. 훨씬 소속과 정체는 불분명하지만. 각자도생 시대에 성장하고, 또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대를 살아왔던 세대라고 하지만, '모두'라는 개념을 소중하게 다루는 세대인 것 같아요. 청년 세대는 이행기 정체성을 가진 상태이기 때문에 소속과 정체가 불안정하죠. 그래서 청년 정책에서는 정체성 전략이 중요해요. 어떤 정체성을 호명할 것인가, 어떤 이름으로 자리를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기획을 잘 하는 것이 당시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만든 게 새로운 정체성이었어요, activist reseacher라는 정체성을 개발, 제안한 이유이고요. 아시아로 확장한 이유는 이 세대가 처한 문제 자체가 전 지구적 문제였기 때문에 국내 자체로 좁힐 이유가 없었어요. 서로에게 몰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참조. AYARF는 2주라는 시간 동안 서울혁신파크에서 체류하는 숙박형 펠로우십 프로그램)하여 일종의 동인이 되어서 서로 지지하고 먼 미래까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시민>이 초창기에 '시민 펠로우십'(현장활동가들의 경험이 휘발되지 않도록 자기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지원)을 3기까지 운영했고, 2년 전에는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진행한 '활력향연'(활동가의 자기 성장을 위한 연구지원) 사업을 이어서 진행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AYARF와 비슷한 점도 있는데요. <시민>도 확장된 버전으로 아시아의 현장연구자 펠로우십을 할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현장 연구자의 정체성이 애매하고, 나를 호명해주지 않는다는 현장 연구자들의 문제의식도 있는 것으로 알아요. 그래서 <시민>이 그 정체성에 대한 애매함을 줄이기 위해 이들을 호명해줌으로써 현장 연구자들의 비빌언덕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이것을 담을 수 있을까? AYARF를 통한 인사이트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업으로 구조화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저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AYARF를 통해서도 이러한 활동들이 공유재로 만들어질 수 있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카이빙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공유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급진적 관점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교수진으로 초대하여 글로벌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는데요. 참가자들은 그것도 좋았지만, 2주 동안 매일 밤 펠로우들과 서로 얘기 나눈 그 시간이 제일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서도 결국, 사람이 남더라고요. 육성이 될지, 양성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런 밀도있는 관계를 만들고, 여기에 투입된 자원들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될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필요해요. 이 두 가지를 고려한다면 <시민>도 충분히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말씀하신 것 중 후자는 <시민>도 좀 미약했던 것 같아요.  작년에 <시민>이 시민사회 현장지식 컨퍼런스를 제주에서 진행했는데, 대체적인 평가가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한편, 개인들 간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런 자리를 통한 자원과 사람, 정보를 어떻게 자산으로 잘 남기고,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어요. 또 한편, <시민>이 새로운 상상력을 펼치기에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다 보니 상상력이 제약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 현실이라는 것은 자원이기도 하죠. 근본적으로 자원이 없으면 조직의 상상력이 다 죽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공감해요. 또 한편, 아까 정체성을 물어보셨는데 다시 정체성 얘기로 돌아가면 저는  기획자인 것 같아요. 한동안 경영을 책임지는 역할을 30대부터 했어요. 오랜 시간 동안 그런 역할을 해 왔는데, 작년에 문득 어떤 일을 하면서 '재미있네!'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어요. 내가 기획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셋팅을 해 가면서 만들어나갈 때, 신나하는구나 하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거기에서 확장해서 경영을 할 수 있고, 연구력을 가질 수도 있지만 내가 기획자라는 정체성을 좋아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다시 돌아가 <시민>이 새로운 상상력을 펼치기 위해 현실적인 조건을 탄탄하게 마련하기 위한 기획과 실행을 잘 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그리고 관계 자본을 지금처럼, 지금보다 더 잘 구축하고, 자원과 사람, 정보와 역량을 자산으로 마련하고, 공유하고 연결하는 일, 더 나아가 집합적인 지식과 에너지를 만드는 플랫폼 역할도 잘 하면 좋겠어요. '활력향연'과 '현장지식 컨퍼런스'는 저에게도 많은 인사이트를 주었어요. <시민> 이사로서도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해요. 공익활동,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운동과 사회 운동이 다양하게 교차하면서 서로 연결되는 자리이기도 하고요. 활동가와 연구자 혹은 연구 활동가들이 이 문제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와 자원이 제공되는 장은 너무 필요하니까요.


말씀하시는 맥락이 다 연결되는 것 같아요. 기획자도 통찰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까 언급한 큰 그림을 그리고, 흐름의 궤를 꿰차는것도 그런 연장인 것 같고요. <시민>도 잘 기획해주세요. (하하)

<시민>이 지금 모금이든 뭐든 해야 할 시기가 와 있잖아요. 이제 역할을 나누어서 예를 들면, '네트워크 안에서 자원을 만들어 오세요' 하실 분들과, 혹은 '다른 캠페인을 해봅시다, 시간을 같이 내 주세요, 한번 해 볼게요'라고 분리해서 볼 수도 있겠다고 싶어요. 제가 요즘 비영리활동가학교 엣지 해외사례들을 탐색하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이제는 <시민> 이사회의 일원이니까 더욱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실함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


사무처 규모가 적고, 아직은 자원을 끌어모을 역량도 미흡하다 보니 얼마전부터 실행이사회를 통해서 함께 고민하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직접 펀딩을 하기에도 한계와 부족한 점이 많아서 저희는 우회 전략으로 여러 흩어진 자원들을 확인하고, 이 자원을 <시민>의 소스로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을지 함께 방안을 고민해보자는 신호를 계속 이사님들께 보내고 있거든요. 한편 이사님들께서 피로감이 있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예요.

생각보다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몇 번의 이사회를 했지만 이렇게 까지 회의를 하는 조직이 많지 않아요. 지금 우리가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하고 있지 않잖아요. 저는 진짜 엄청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이렇게 한다고? 아, 진짜?'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저는 '성실함은 무엇인가?', '성실함은 어디까지 우리를 안내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계속 관찰하고 있는데요. 이런 면에서 제가  <시민>에게 받은 믿음은 그 부분이었어요. 이런 하나하나의 의미조차도 성실하게 해나가는게 쌓인다면 무엇이라도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있어요. 또 그게 저를 안심하게 만들어요. 앞으로 <시민>의 활약을 기대해 주시고요. 후원을 통한 지지와 응원도 적극 요청드립니다.


지금 <시민>이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갖기 위해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좁혀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시민>이 좀 더 사고를 확장시켜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의견이 있으실까요?

저는 '시민력 강화에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하거든요. 지난 이사회에서도 제가 해석하는 <시민>과 이후의 <시민>의 모습 모두 확장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의견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핵심목표도 이 구조 속에서 단계별로 확장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도정책 개선→성장기반 조성→지식생태계 구축으로 가는 형태로 목표의 방향성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았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모든 이사님들께 질문드리는 부분도 이 확장성에 대한 부분인데요. 과연 확장성을 어디까지 가져가야 할까에 대한 부분이예요. 각자 생각하는 확장의 기준과 기대 수준도 아직은 서로 다른 거 같고요. 우리가 서로 전제하는 것에 대한 합의가 좀 더 필요해 보이더라고요.

저는 아직 이 부분은 우리가 서로 전제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시민> 이사라는 이름으로 모였을 때, 어디까지 우리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을 것 인가를 진단하기 위한 측정 용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 이사회 때 든 생각은 지금의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여 올해 여기까지만 집중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시민>이 무슨 일을 할 거고, 어떻게 갈 것인지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는데 집중하고, 정확하게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이를 위한 모금에 집중하자고 이해했거든요.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애매하게 가면 여유가 안 생기는 이상 몰두할 시간이 없으면 모금도 잘 될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조직의 정체성을 한번 전환하는 것도 잘 된 것 같아요. 자칫 애매해지고 모두가 지칠 수 있기 때문이죠. 확장성과 관련된 것들은 이후에 시간을 두고 쭉 펼쳐 놓고 짜봐도 될 것 같아요.


모금에 대한 고민 때문에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아요. 시민사회 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칠 때 펀딩의 제약이 크므로 외부를 향해 <시민>을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확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그래서 앞으로 계속 과제가 될 것 같아요. 펀딩에 대한 시도가 그동안 많이 없어서 준비를 해야하는 부담도 있고요.

자칫 무거운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지금 사무처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상태일 때는 리더가 훨씬 더 구체적인 전략을 같이 짜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자리에 누구를 초대해야 할 지 등 촘촘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는 거죠. 우리도 지금은 단계별로 목표를 세우고 해 본 다음에 그 성취감이 생겨야 우리도 힘이 나지 않을까 해요.


"지금 이 기세, 심상치 않다"


이사님들께서도 조직의 변화가 필요함을 알고 참여하셨고, 그러기에 지금 더욱 각자 역할을 하시려고 하는 의지를 보여주셔서 사무처도 감사한 마음이 커요. 

그래서 일이라는 건 '기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기세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현재 그 기세가 느껴지고, 다른 시그널로 읽힌다,라고 생각해요. 규모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고, 누구와 일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지금의 이 기세가 심상치 않다'라고 느껴요. 이 기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사무처 두 분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이건 꼭 빼지 말고 적어 주세요. (하하)


자칫 이 기세가 반짝 기세로 흘러가지 않아야 할텐데요.(하하) 그런 면에서 계속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경험을 했을 때는 그만큼의 흔적과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이 생겼을 때는 또 그걸 받아들이거나 만들어낼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공간이 생기고 안 생기고, 경험을 하고 안 하고는 굉장히 다르죠. 저는 반짝 하고 지나가도 상관 없다고 생각해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또 할 수 있거든요. 그 흔적이 없다면 뭔지도 모르고 피상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경험의 유무가 중요하죠. 좋은 만남과 좋은 경험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어른이 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좋은 만남과 좋은 경험을 기획하거나 제공하거나 같이 만드는 데 기여를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것 같아요.


끝으로 사무처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응원을 계속 하고 싶어요. 감사한 마음도 있고요.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는 것이 무언가를 더 하라는 말로 들릴까봐 조심스러운데요. 좀 덜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대책 없이 덜 하자고 할 수 없으니 우리 안에서 같이 실행전략을 짜면서 나아가면 될 듯 해요. 


안연정 이사님과의 긴 대화 시간을 통해 사무처는 또 한번 진한 응원을 받았습니다. 덧붙여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안연정 이사님의 활동과 생각의 흔적들을 보면서 몇 년 뒤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문화로놀이짱 대표, 청년허브 센터장,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CSO 등 이외 다양한 경험과 경로 이동을 해 오면서도 일관되게 강한 연결점이 있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말씀하신 '기세'가 <시민>과 연결된 우리 모두에게 작은 활력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 

📢 인터뷰어 : 사무처 김유리&김승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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