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시민] 7기 이희숙 이사_”하고 싶은 활동이 직업인 특권을 누리고 사는 것 같아요 ”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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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시민'은 시민의 사람(人사이드)을 소개하는 의미와 시민 속으로(inside)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시민의 주축 중의 한 구성원인 이사진들을 한 분 한 분 소개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상기하고, 또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지,  회원님들과 생각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공익변호사에게 ‘공익’은 직업일까요, 아니면 오래 품어온 마음일까요. 사단법인 시민의 16번째 인터뷰이는 재단법인 동천의 상임변호사이자, 사단법인 시민의 이사·정책위원으로 함께하고 있는 이희숙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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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품어온 마음이 결국 직업이 되기까지 


Q. 안녕하세요, 이사님. 요새 많이 바쁘시죠?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

지난 주말에 둘째 아이랑 같이 발레를 보러 갔어요. 예술의전당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걸 해둬서, 시간 날 때 표가 괜찮으면 공연을 보러 가곤 해요. 요즘은 그렇게 문화생활을 좀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주말엔 최대한 일을 안 하려고 하지만, 회의가 토요일에 잡히는 경우도 있어서 꼭 그렇게 되지는 않아요. 그래도 될 수 있으면 가족들이랑 보내려고 하는 편이죠


Q. 저희가 인터뷰 준비하면서 재단법인 동천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사님 사진을 봤어요. 앳된 모습이던데 어릴 때부터 변호사를 꿈꾸셨던 거예요?

어릴 때 추리소설이나 드라마를 되게 좋아했어요. 거의 안 본 드라마가 없을 정도였죠. 그러고 보면 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도 좋았고, 누군가의 편에 서서 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변호사라는 직업에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연수원에 들어갔을 때도 저는 변호사로 일할 거라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가 교수님께 혼난 기억이 있어요(웃음). 어려서부터 검사나 판사보다 변호사 쪽에 더 마음이 있었던 셈이죠. 


Q. 드라마 〈프로보노〉 이야기 해주셨잖아요? 공익변호사라는 일이 대중적으로 다뤄지는 걸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어요? 

그 드라마는 판사 출신이신 문유석 작가님이 기획할 때부터 이야기를 나누었던 작품이기도 해요. 지금은 혼자 드라마를 볼 시간은 별로 없고, 아이들이랑 같이 볼 만한 걸 보는데, 〈프로보노〉는 같이 보기 좋더라고요. 공익적인 일이고, 또 엄마가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아이들도 흥미를 가졌고요. 다음 주에는 프로보노 챌린지 행사도 있는데, 작가님이랑 배우분들까지 모셔서 프로보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준비하고 있어요. 프로보노 챌린지 기사


Q. 로펌변호사로 출발해, 기업의 사내변호사를 거쳐 공익변호사가 되셨는데, 세 길은 어떻게 달랐나요? 

로펌은 일이 정말 많았어요. 일정이 지나면 좀 줄어들겠지 하는 기대가 없고, 계속 더 많아질 것 같은 느낌이었죠. 반면 사내변호사는 일이 정제돼 있었어요. 각자 해야 할 미션이 나뉘어 있고, 그걸 마치면 6시에 퇴근할 수 있었어요. 그게 처음엔 너무 좋았어요. “사람이 6시에 퇴근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요. 그렇게 여유가 생긴 만큼 공익활동도 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육아와 병행되면서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원래는 공익변호사를 전업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속 그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데서 죄책감이 있었어요. 마흔을 맞을 때까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안 하고 있으면 너무 우울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러다가 (재)동천에 자리가 나서 옮기게 됐어요.


Q. (재)동천에서 공익변호사로 일하게 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나요? 

농담처럼 말하면 연봉이죠.(웃음) 그런데 진짜로는, 제가 하고 싶은 활동이 직업인 특권을 누리고 사는 것 같아요. 로펌이나 사내변호사로 일하면서도 공익활동을 병행하고 싶었지만 업무량과 육아 때문에 쉽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그 일을 본업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예요. 또 업무 방식도 많이 달라졌어요. 사내변호사 시절에는 회사 안에서 정해진 자문과 소송을 담당했다면, 지금은 사무실 밖으로 나가 단체들을 만나고 현장을 오가며 더 자유롭게 활동하게 되잖아요? 저는 그런 방식이 잘 맞는 것 같아요.


Q. 공익법제 안에서도 여러 영역을 다루고 계시잖아요? 요즘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동천에서 제가 크게 맡고 있는 건 북한, 사회적경제, NPO 이 세 가지예요. 북한 쪽은 북한이탈주민 상담을 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사건들을 공익소송으로 이어가기도 해요. 북한법 연구도 계속하고 있고, 탈북 대안학교 강의나 단체 자문도 하고 있어요. 실제로 북한이탈주민 관련 법·제도 개선 성과도 몇 가지 있었고요. 사회적경제 쪽에서는 법률지원단을 운영하고, 태평양 변호사들과 팀을 꾸려 무료 법률지원을 하기도 해요. 또 사회연대경제 민간자문단에서 법제도위원장을 맡고 있고, 행안부 여러 위원회와도 협력하고 있어요.


현장을 만나며 보게 된 공익의 한계와 제도의 과제


Q. 이사님이 보시기에 지난 10년간 비영리 현장은 어떻게 변화한 것 같으신가요?

2016년에 동천에서 NPO법센터를 만들 때만 해도, 비영리 운영 교육을 해도 참여자를 모으기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후 비영리 투명성 이슈가 커지면서 법률지원이나 교육 수요가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교육은 늘 조기 마감이고, 법률지원단 매칭을 희망하는 단체도 계속 늘고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법규제가 너무 낡고 과도하다는 거예요. 이런 규제들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비영리단체 활동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받기도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사건도 많으실 텐데요. 특히 잊기 어려운 사례가 있으실까요?

비영리 쪽 사건은 최근엔 거의 다 좋은 결과를 받았어요. 그런데 북한이탈주민 사건 중에 정말 안타까웠던 게 있었어요. 교통사고 사건이었는데, 피해자가 사망했고, 이분은 합의금을 마련할 수가 없었어요. 만약 사회적 관계망이 있고 돈이 있었으면 벌을 받더라도 감옥까지는 가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이분은 그럴 여건이 없었죠. 결국 실형을 살게 되면서 다니던 직장도 잃게 됐어요. 이런 일을 겪으면 무료 법률지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보육시설 청소년 사건도 비슷했어요. 교육비나 생계비는 지원이 되는데, 가해 사건의 합의금은 지원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결국 아이가 더 큰 불이익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Q. 시민사회 제도개선과 관련해서는 어떤 과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보시나요?

저는 비영리법제도 개선도 큰 시민사회 안에서 하나의 중요한 과제라고 봐요. 관심 받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너무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고, 그래서 누군가는 나서야 하는 일이죠. 또한 비영리법인도 주식회사나 협동조합처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도록, 민법상 설립허가주의를 준칙주의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제 혜택을 받는 공익법인을 별도로 감독·지원하는 통합관리기구도 필요하고요. 시민 결사체들의 활동이 훨씬 더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은 꼭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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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시민 안에서 더 넓은 연대와 변화를 기대하며 


Q. 이사님께서는 현재 (사)시민의 정책위원으로도 함께하고 계시죠. (사)시민에서의 활동은 어떠세요?

처음 이사직을 제안받았을 때는 망설임이 조금 있었어요(웃음). 동천과 시민의 연대라는 측면에서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더 좋은 분이 맡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동천 안에서도 다른 분을 추천드렸는데, 결국 제가 하게 됐어요. 정책위원회는 서울시NPO지원센터 시절부터 여러 사람들이 모여 제도개선 논의를 이어왔던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현장 단체가 직접 제도개선 활동을 기획하고 정책안을 만드는 건 쉽지 않잖아요. 그런 만큼 시민의 정책위원회가 그 역할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봐요. 또 최근 10년 동안 시민사회 법제도개선 활동에 여러 방식으로 관여해왔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의 경험과 생각을 시민 안에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시민사회 제도개선에 관심 갖는 전문가와 활동가가 더 많이 참여하면 좋겠어요.


Q. 시민이 앞으로 넘어서야 할 지점이 있다면 뭘까요?

 공익활동 활성화라는 건 진영의 문제가 아니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민이 더 다양한 단체와 목소리를 아우르는 조직이 되면 좋겠어요. 활동 내용이나 방향은 달라도, 모두가 관심을 갖고 힘을 모을 수 있는 일을 시민이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이사님께 사단법인 시민은 어떤 의미인가요? 

‘품’입니다.시민의 품 속에서 비영리 분야 활동을 배우고, 또 확장해 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이희숙 이사님과 이야기 나누며, 어쩌면 공익은 '끝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마주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제도와 구조를 바꾸는 일로 시선을 넓혀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시민도 이사님과 함께 더 넓은 연대와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 인터뷰어 : 사무처 김유리, 김승순, 박희선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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