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지역사회를 돌보는 마을약사들, 늘픔가치”

#늘픔가치 #마을로_향하는_약사들



늘픔가치는 약사와 주민을 가로지르는 경계를 허물어 한 뼘 가까운 이웃이 된 마을약사들의 비영리스타트업입니다. 늘픔가치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의약품들이 이웃의 삶 속에 건강히 녹아들도록 따뜻한 온기를 품은 약상자와 전문지식들을 나누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늘픔가치) 늘픔가치 구성원 단체사진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박상원) “안녕하세요, 대표 박상원입니다. 늘픔가치는 약대생 시절, 건강권 증진 활동을 위해 2005년에 만든 동아리 ‘늘픔’을 계기로 시작되었어요. 함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도 당시 동아리 늘픔을 계기로 인연이 되었죠. 늘픔을 졸업한 약사 면허 소지자들의 늘픔 약사회, 이들이 차린 늘픔약국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하다가, 기존 단체로는 할 수 없던 비영리사업과 지역사회와 보다 깊게 연관된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늘픔가치를 만들게 되었어요.”


‘늘픔가치’ 라는 단체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  (박상원) “늘픔은 ‘앞으로 좋게 발전할 가능성, 잠재력’이라는 뜻이에요. ‘가치’는 늘픔과 함께 한다는 의미도 있는데, 가치지향적인 활동을 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기도 했어요.”


‘마을로 향하는 약사들’이라는 소개 문구가 인상적인데요, 늘픔가치가 마을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박상원) “학생 때부터 약사라는 직업은 주민 가까이 있어야 유용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약국 안에 있을 때조차도 주민들과의 거리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다 직접 찾아뵙는 서비스를 하게 되었는데, 분명 약을 잘 드렸는데 혼동해서 드신다거나, 아침과 저녁 약을 반대로 복용하셔서 오남용 사고가 꽤 일어나더라고요. 주민들께 약국보다도 더 가까이 있는 약사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역 협동조합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는 주민들이 친숙한 언어로 의약품을 설명해주는 사람도 더 필요하다고 느꼈고, 실제로 지역사회단체들로부터 강의 요청도 많았어요. 그렇게 마을로 향하게 되었죠.”

 

-학생 시절부터 주민 분들에 대한 관심이 있으셨네요.

 

  • (박상원) “동아리 늘픔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주요 활동이 동대문 쪽방촌 투약봉사였거든요. 봉사 보다는 투약활동이라고 불렀는데, 쪽방촌에 약가방을 들고 가서 필요하신 약이 있으면 상비약을 제공해드리고 말벗 해드리는 활동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거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건강이 단순한 약물치료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더 근본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는 살고 있는 지역사회가 함께 건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을 하게 됐죠.”

 

마을로 향한 늘픔가치 약사들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 (박상원) “약대생 동아리 ‘늘픔’에서는 사회의 민낯을 배워가며 약사로서 비전을 세우는 시간을 갖고요. 졸업 후 약사면허를 따고나면, ‘늘픔약사회’에서 세미나나 소그룹 스터디를 통해 의약품 전문가로서 건강권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공부해요. 때로는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사회적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하고요. 기존 약국들은 돈을 벌기 위해 약을 파는 서비스에만 매몰되어 굉장히 시장화 된 경향이 있는데, ‘늘픔약국’은 경제활동 속에서도 적정선을 지키고, 본연의 공익적 활동들을 더 잘 살리기 위한 대안모델을 찾는 시도에요. 늘픔약사회 출신의 약사 분들이 서울 관악구와 경기도 부천에서 늘픔약국을 운영하고 있고요. 한 발 더 나아간 ‘늘픔가치’는 의약품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지역사회 활동이에요. 주민 분들이 약을 잘 알고 스스로 잘 선택해서 복용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사업을 운영하고, 내용을 확산하기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어요. 약국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도 발행했고요. 주민들께 1대1 상담을 제공하는 ‘찾아가는 복약 상담소’ 프로젝트를 연계해서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의약품 문제들을 확인하는 연구조사도 하고 있어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3달에 걸쳐서 관악구 주민 100분을 만났는데요. 청년-중장년-어르신까지 다양하게 만나면서 각 연령대별로 의약품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고, 어떤 폐약품이 발생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계신지 상담하며 자료를 모았어요.”


 

늘픔가치와 함께하고 분들은 어떤 분들이신가요?

  • (박상원) “늘픔약사회 회원들과 약대생 동아리 늘픔 회원 분들이 늘픔가치 활동에 결합해주시는 형태에요. 사단법인 설립 이전 단계라서 아직 회원 수를 많이 확보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는 65명가량의 회원으로 구성되어있어요. 사단법인 회원은 약대생이 아니라도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인이 된 약사회 분들과 동아리 늘픔의 대학생 분들이 함께하고 계세요. 대학생 분들도 사회참여활동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상당하거든요. 개중 전공 관련 활동을 원하시는 17명의 친구들이 ‘찾아가는 복약 상담소’ 진행에도 함께해주셨어요. 11명의 약사 분들도 연차와 휴가를 사용해가면서 참여해주셨고요.”

(늘픔가치) 찾아가는 복약상담소 단체사진

 

늘픔가치가 탄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 (박상원) “결정적인 계기는 2015년에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운영한 방문약료 서비스였어요. 약국에서 뵙던 주민들의 집에 직접 방문해서 실제 약을 어떻게 드시고 계신지, 약을 바꿔먹거나 빠뜨리고 먹었을 때 이유는 무엇인지 심도 있게 상담드릴 수 있었죠. 약국 안에서의 복약지도는 주민들 입장에서 어렵고 잊기 쉬운 정보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각각의 약물에 대한 복약지도 뿐만 아니라, 의약품 전반에 대한 상식도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알려드릴까 고민도 했지만, 지역사회 관계망을 통해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관악에서 정다운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로 참여했던 것도 중요한 계기였는데, 협동조합이라는 틀 안에서 건강을 다루는 다양한 주민 조직들과 연결 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강의요청과 상담요청이 이어지며 늘픔가치 활동이 일궈진 거 같아요.”


독자 분들께 소개해주실 만한 의약품 관리 팁이 있을까요?

  • (박상원) “의약품 유효기간을 확인하는 법은 아시겠지만, 의약품 사용기한에 대해서는 많이들 모르시는 것 같아요. 개봉을 한 다음에는 적혀있는 날짜가 의미 없어지거든요. 개봉한 시점에서부터 사용기간이 다시 정해져요. 연고 류 같은 경우에는 개봉 후 6개월이고, 안약은 개봉 후 한 달이에요. 알약은 개봉 후 1년 정도로 지켜서 드시면 보다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 외에 의약품 사용 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 (박상원) “의약품은 어르신 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세요. 65세 노인 10명 중 1명이 하루에 10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약물 개수가 많은 만큼 부작용 가능성이 높아요.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깜빡 하신다거나, 약을 헷갈리시는 등 인지적으로 어려움을 겪으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조자의 협조가 필요해요. 투약 보조자는 동거 가족이거나, 요양보호사 같은 돌봄 종사자일 수 있는데, 결국 어르신들의 약물 교육은 투약보조자가 함께 할 때 효과가 좋았어요. 돌봄 종사자 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콘텐츠도 많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실제로 돌봄종사자 분들도 약물관리에 대해 많이 질문하세요. 약물 오남용을 제일 먼저 발견하게 되시다보니 판단이 어렵다고요. 예를 들면 어르신이 9시에 아침 약을 안 드신 것 같은데 11시에 드려도 되는지 라던가, 어르신이 두 봉지를 드신 것 같은데 어떤 조치를 취해드려야 하는지 등 상황발생 시 대처요령이 필요하신 거죠.”

 

-위 사례처럼 잘못 복용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 (박상원) “약의 복용유무를 정확히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약을 먹지 않은 게 분명하고, 복용시간에서 12시간을 넘기지 않았다면 생각나자마자 바로 드셔야하고요. 12시간이 지나 그 다음 복용시간이 가까워졌다면 기다렸다가 복용하시면 돼요. 항상 강조 드리는 것은 2배 용량을 드시지 않는 거예요. 한번 복용을 안하신다고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2배 용량을 드시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위험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한 거죠. 어떤 약을 과복용 하셨는지 확인하는 것도 우선으로 중요해요. 예를 들어 혈압 약을 2봉지 복용했을 때는 기존 한 봉지의 기대효과보다 더 혈압이 낮아져서 저혈압을 경험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서 서서히 극복 될 문제일 수 있지만, 졸도 등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그날 하루는 되도록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보호자가 주의 깊게 살펴보시는 정도만 하셔도 괜찮아요. 다만, 급성적으로 간이나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약들은 응급실로 가서 약을 뱉어내시거나, 중화시킬 수 있는 다른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을 취해야 해요.”


(늘픔가치) 찾아가는 복약상담소 복약지도 


방문약료을 활동하시면서 겪은 고충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 (박상원) “가장 난감한 경우는 약사의 방문으로도 교육효과가 담보되기 어려운 분들이에요. 이를 테면 초기 치매환자라든지, 습관이 개선될 때까지 도움이 필요한데 보조자가 자주 바뀌는 상황에 처하신 분들이요. 한번 가서 약을 정리해드리고, 어떻게 드시면 될지 교육해드려도, 수일 이내에 없던 일이 되기 마련이거든요. 독거 어르신이더라도 요양보호사와 오랜 관계를 다져온 분들은 가족에 준할 정도로 교육 효과가 좋고, 습관 개선이 원활해요. 반대로 요양보호사와의 갈등을 겪는다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사가 잦은 분들은 한 번의 교육만으로는 개선이 어렵거든요. 그럴 때 안타깝고 힘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통합돌봄’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한 명의 환자를 한 명의 보호자 책임 하에 두는 것이 아니라, 다중적인 관계 속에 두면 설령 한 사람과 갈등이 생기더라도 다른 전문가가 돌봄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고리가 완전히 끊기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사람과 사람 간의 일이라 갈등이 없을 수는 없거든요. 통합돌봄을 구축하고 그 속에 약사가 포함되어 한 팀을 이룬다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요.”

 

-통합돌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박상원) “통합돌봄은 고도화된 복지가 의료와 통합되는 것을 말해요. 이전까지 복지와 의료가 분리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통합돌봄의 새로운 비전이에요.”

 

- 가족이 함께하는 경우에는 어떤 방식으로 통합돌봄이 이루어져야 할까요?

 

  • (박상원) “주 보호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어르신이 지역사회 복지관이나 주민센터를 통해 사회활동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는 걸 권해요. 건강할 동기가 되어 줄 관계망을 많이 만들어드리는 것도 통합돌봄의 일환이거든요. 우울증이나 고립으로 건강 동기가 부족한 분들은 통합돌봄에 자원이 많이 투입되어도 개선이 어려워요. 한 사람이 맺고 있는 관계망의 수가 많을수록 회복속도가 빠르다는 연구결과도 있고요. 반대로 의학적인 건강돌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의료 복지 사회적 협동조합 같은 통합돌봄 창구를 이용하는 걸 추천 드려요. 건강을 잃었다면 통합돌봄으로 관계망 구축과 통합의료지원이 가능한 곳을 찾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 방문약료 외에 또 어떤 활동이 있었나요?

 

  • (박상원) “약물 이용 콘텐츠를 제작해서 배포하는 활동이 있는데, 책 두 권을 소개드리고 싶어요. 한 권은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 이라는 의약품 관련 책이에요. 의약품의 효과와 부작용을 안내해요. 다른 한 권은 『대한민국 동네약국 사용설명서』 인데, 동네 약국들이 어떤 기능을 하고, 지역사회 서비스로서 어떤 일들을 수행하는지 소개해요. 약국에서 자주 접하는 환자분들의 질문들을 정리한 복약 설명서가 담긴 책이라고 보시면 될 듯해요. 다음으로는 약물 이용 환경 점검 캠페인 ‘약상자 뒤집기’ 가 있어요. 소규모 그룹의 주민 모임을 찾아가서 ‘각자 먹고 있는 약상자들을 들고 나와 한바탕 뒤집어보자’는 의미에요. 무슨 말인지 바로 와 닿지 않으신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후로 ‘찾아가는 복약상담소’라는 명칭으로 변경하게 되었어요. 가정이나 일터에서 각자 복용하는 의약품을 점검하고, 폐약품을 골라내 수거하는 활동까지 이어지는 캠페인인데, 전문가인 약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 봐요. 21년도까지는 사회복지관이나 지역주민단체 측으로부터 요청이 있을 때 강의나 워크샵 형태로 운영했는데, 22년도부터는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동안에만 105명의 주민 분들께 상담소를 지원했어요.”


- 반응은 어땠나요? 참여율이 높았나요?

 

  • (박상원) “확실히 주민 분들이 계신 공간으로 가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당사자와 친숙한 장소에 약사가 함께하는 거니까, 훨씬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그분들이 주도하는 공간이 되더라고요. 2022년에만 12회기를 진행했는데, 한 회기 당 평균 15분 정도가 오셨어요. 이정도 인원은 지역에서는 일주일 내로 모집 정원이 차는 편이에요. 동참해주시는 약사 분들이 많아지면 더 많은 주민 분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늘픔가치가 탄생한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 (박상원)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주최 사회공헌 파트너스 데이의 본선 발표 당일 시상하는 자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많은 쟁쟁한 사회공헌 사업 기관들이 함께 진출했는데 늘픔가치가 최우수상을 수상했어요. 장애인, 아동, 교통약자 등 중요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 각자의 대안이 제시된 자리였는데, 무엇보다 기뻤던 건 다른 사업 기관 분들께서도 약물 사용에 대한 문제제기에 크게 공감해주셨다는 거예요. ‘마을로 찾아가는 약사’라는 대안에 대해서도 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저희가 약사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관심을 촉구하는 게 아니라, 주민의 시선으로도 의약품 문제가 중대하고, 이런 활동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믿어주시는 걸 확인받을 수 있던 자리라 좋았어요.”


 

늘픔가치의 활동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이루고 싶으신가요?

  • (박상원) “약사를 보는 사회적 시선이 달라지고, 마을약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길 기대해요. 약국약사와 다르게 지역의 부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약사들이요. 환자들을 기다리지 않고 집으로, 병원으로 찾아가는 마을약사들이 탄생하는 게 늘픔가치로 추구하는 변화에요. 마을약사들의 활동으로 의약품 안전사고의 문제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길 바라고, 환경을 위해서도 버려지는 의약품의 수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도 늘픔가치의 목표에요.”


비영리 스타트업 성장지원 사업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박상원) “21년도까지는 늘픔약국의 ‘지역사회 건강권 활동’팀 소속으로 강의와 교육 활동들을 진행했는데, 전문성을 더 갖추고 지속가능한 사업체로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체 설립과 법인화를 진행하던 중에 사단법인 시민의 공고를 보고 참여하게 되었어요. 단순한 지원금이나 설립과정 자문뿐만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일이 사업화 될 만한 아이디어인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는지 등 경영에 필요한 기본 자질을 쌓을 수 있는 코칭을 같이 지원해주셨어요. 약사라는 전문면허만 갖고 있을 뿐 단체설립이나 경영 경험이 전무 했던 터라 아주 큰 도움이 되었죠. 또 비영리스타트업 사업에 함께 참여한 다른 단체 분들을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었어요. 저와 비슷한 속도로 가고 계신 분들과 공감을 나누고, 같이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지원 사업에 공모하고 계신 분들과 소식을 나누면서 큰 격려가 되었어요. 동기가 생긴 느낌이에요.”

 

다가오는 2023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 (박상원) “2022년도에 시범으로 진행한 찾아가는 복약상담소를 정례화 하고 싶어요. 관악구 안에서부터 꾸준히 마을을 돌아다니며 생활 속에서 느끼는 의약품 문제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약사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돕고 싶고요. 내년에는 돌봄종사자들을 위한 의약품 안전 사용 매뉴얼을 협력을 통해 만들고 싶어요.”


 

3년 후 늘픔가치는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고 계실까요?

  • (박상원) “늘픔가치 활동에 참여하는 약사들이 100명 정도로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마을약사 100명이 장애인이나 요양보호사 교육 등 저마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각자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역량을 갖춘 울타리 같은 법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늘픔가치는 대표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 (박상원)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마을을 갖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면서, 공동체가 있는 삶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죠. 제가 평생 살고 싶은 마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늘픔가치 덕분에 그런 마을에서 마을약사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실질적인 꿈을 갖게 되었어요. 자신이 사랑하는 직업이나 능력을 활용해 각자가 꿈꾸는 마을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징검다리를 놓는 게 늘픔가치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조금 더 사람들에게 가깝게 다가서고 더 많은 분들이 자신을 찾는 삶을 살고 싶으신 약사 분들이 계시다면, 마을약사로서 함께 삶을 채워나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 같아요.”

 

유명 일간지에 늘픔가치의 기사가 실린다면, 무엇을 가장 알리고 싶으신가요?

  • (박상원) “아직 그 정도로 대단한 일은 없는 것 같지만 만약에 실린다면, 늘픔가치의 마을약사를 포함해서 다양한 지역사회의 자원들과 봉사자들 덕분에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어요. 단순히 의료적인 도움이나 약물치료로 건강을 되찾은 사람의 사례가 아니라, 마을 모두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요. 그로써 마을공동체와 마을살이에 대한 마음 따뜻한 사례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네요.”

 

- 말씀하신 것에 해당하는, 기억하고 계신 사례가 있나요?

 

  • (박상원) “올해 참여한 관악 정다운 사회 의료 복지 때의 일이에요. 방문 의료팀으로 활동을 했는데, 저는 늘픔가치 약사로 참여했고, 의사와 간호사, 자원봉사로 활동해주신 작업치료사와 지역사회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종이 함께 모여 5명의 어르신 분들을 집중관리 했어요. 이분들은 코로나로 인해 2년 동안 고립된 생활을 하고 계셨고, 그 기간 동안 외출도 제대로 못하셔서 처음에 만나 뵈었을 때는 건강이 굉장히 안 좋으셨어요. 통합돌봄 서비스를 제대로 한 것이 처음이었는데, 1년을 마무리하며 지난달에 마지막 방문을 갔더니 표정이 너무나 밝아져 계셨어요. 오랜만에 만나 뵀는데도 팀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반겨주셨고, 거동이 불편하셔서 잘 걷지 못하셨던 분이 지팡이 없이도 몇 걸음이나마 걸으실 정도로 건강을 회복하셨어요. 라면을 끊지 못하시던 분들이 다른 건강한 식사를 해보시려고 냉장고를 채워놓으신 모습을 보면서 변화를 처음 느껴봤어요. 모두가 진심어린 애정을 담아 상담을 진행하면, 한 사람의 삶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도움이 필요하거나 활동에 동참하고 싶은 분들이 어떻게 늘픔가치를 만날 수 있을까요?

  • (박상원) “주민 분들의 경우, 늘픔가치 ‘찾아가는 복약상담소’ 혹은 교육의 장에서 만나실 수 있어요. 저희 홈페이지를 통해서 교육 문의를 하실 수 있고요. 저희의 뜻에 동의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전달하길 원하시는 분들은 사단법인 후원을 통해 동참해주시면 감사드리겠고요. 특히 약사면허를 소지하신 분들은 찾아가는 복약상담소에서 상담약사를 해주시거나, 지역주민 분들에게 교육해주시는 강사로서 활동에 참여하실 수 있어요. 마을약사 양성소도 운영할 예정이에요. 마을약사로서 갖춰야할 자질들과 사용해야 할 언어의 수준, 갖춰야할 인권의식 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면서 보다 주민친화적인 마을약사를 양성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에요. 저희와 비슷한 꿈을 가진 약사 분들께서는 마을약사 양성소를 찾아주시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 있다면 해주세요!

  • (박상원) “주민 분들이 약사를 필요로 하는 순간, 그 자리에 늘픔가치가 제일 먼저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잖아요. 우리 생활 속 가까이 도사리는 안전의 문제를 해소하고 공동체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애쓰고 계신 지역사회 활동가 분들께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역의 전문약사들이 제공하는 약료(藥療, Pharmaceutical Care)는 예측가능하고 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편리하게 믿을 수 있지만, 약통으로 가득 찬 약국 한 편에 그어진 칸막이는 그 너머 약사들이 마냥 어렵고 딱딱한 존재로 느껴지게 합니다. 전문가와 주민의 경계 밖으로 나선 마을약사들의 이야기가 유독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스치듯 잊혀간 이웃과의 순간들이 다시금 떠올려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이웃이 될 수 없던 건, 어쩌면 우리가 달라서가 아니라, 그어놓는 선이 너무나 명확해서였던 것도 같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던 동네약국의 반가운 인사를 떠올리며 늘픔가치의 꿈을 통해 앞으로도 건강해질 마을들을 기대합니다. 

*2022년 12월, 인터뷰 진행 및 정리: 김동희_협동조합 거버넌스리빙랩

늘픔가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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